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키심미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민주당)의 선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키심미/AP 연합뉴스
“정말 걱정됩니다. 양쪽 모두 너무나 추한 모습을 보여요. 오클레어가 이렇게 분열된 적은 없었어요.”(소렌 스태프·25·힐러리 클린턴 지지자)
“나쁜 모습들이 너무 많이 터져 나왔습니다. 술집에서 논쟁이 벌어지는데, 상대 의견은 존중하질 않아요.”(드루 서틀스·22·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미국 대선 경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유세를 벌인 위스콘신주 오클레어에선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사이로 수천명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트럼프 반대자들이 나뉘어 서로 야유를 퍼부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6일(현지시각) ‘선거 경쟁에 신물 난 유권자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한 풍경이다. 이 신문은 “소란스럽고 예측불가능한 2016년 대선에서 일관된 한 가지는 유권자들이 미국 정치판에 대한 좌절감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공보 담당 보좌관을 지낸 피터 웨이너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기간 동안 표출한 모든 부정적 감정이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할 즈음이면 사람들은 탈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문타운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공화당)가 선거 유세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타운십/AFP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도 6일 “선거는 끝나가고, 우리 모두 비참하다. 이 끔찍한 선거에서 유머 한 자락이라도 남아 있긴 한가?”라고 한탄했다. 신문은 “트럼프와 클린턴은 이미 자신들이 ‘걸어다니는 패러디’처럼 보이며, 그들의 말은 정치풍자 수준조차 넘어설 만큼 너무나 과장되고 비참한 묵시록이었다”고 꼬집었다.
끝없이 터져나오는 성추문과 막말, 비난 등 미 대선 사상 어느 때보다 혼탁한 선거에 유권자들이 질려버린데다, 상대 후보 및 지지층에 대한 경멸감도 깊어졌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상대 후보가 싫어서 반대 투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가 많다. 누가 당선돼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표심이 미국 사회 분열의 뇌관이 될 수 있어 ‘선거 이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의 주말 저녁 코미디쇼에서 유명 배우 앨릭 볼드윈(왼쪽)과 케이트 매키넌이 각각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으로 분장한 모습으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TV 화면 갈무리
지난 5일 <엔비시>(NBC) 방송의 코미디쇼에선 그동안 각각 클린턴과 트럼프로 분장해 상대를 비난하는 풍자극을 펼쳤던 배우 케이트 매키넌과 앨릭 볼드윈이 마지막엔 손을 잡고 “화요일(8일)에 우린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선택할 기회가 있다”며 다정한 모습으로 투표 참여를 호소해 감동을 자아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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