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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르포] 클린턴 마지막 유세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되겠다”

등록 2016-11-08 17:41수정 2016-11-08 21:53

‘독립의 성지’ 필라델피아에서 피날레 연설
유세 참석자 3~4만명 최대…주최쪽도 “몇명인지 몰라”
미국 대선 전야인 7일 밤(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 광장(독립 기념광장)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실상 마지막 유세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전직 대통령(빌 클린턴), 현직 대통령 부부(버락 오바마, 미셸 오바마), 그리고 ‘미래 대통령’(힐러리 클린턴)이 총출동해 지지자들을 향해 한 표를 호소했다.

유세 예정시각 2시간30분 전인 오후 5시께 유세장에 도착했을 때는 출입구 두곳 모두 1㎞가 넘는 줄이 이어져 있었다. 섭씨 8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을 컨설턴트라고 밝힌 마크 네빈스(46)는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게 확실한 클린턴의 연설을 보러 왔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대 중반 흑인여성 비앙카 미셸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친구들과 같이 왔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고?’라고 묻자, 그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유세장으로 들어갔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주최 쪽은 이날 유세 참석자들을 3만~4만명으로 추산했다. 유세가 시작된 뒤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유세를 지켜보는 지지자도 많았다. 클린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얼마나 참석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모였다”고 흥분한 듯 말했다. 클린턴 대선 유세 사상 최대 규모라는 얘기도 나왔다.


유럽에서 온 기자 “유럽국가들 트럼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최 쪽 참석자들에게 빨간·파란 바탕에 ‘USA’ 적힌 손팻말 나눠줘…
‘대선 이후’ 통합 메시지 전달하려는 듯

언론사 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별도 출입구에도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그동안 유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가 수백명이었다. 서로 좋은 카메라 각도를 잡기 위한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미 대선 취재를 위해 지난주 포르투갈에서 미국으로 왔다는 크리스티나 라이멘 <제이에스에프> 라디오 방송 기자는 “며칠 동안 트럼프 유세와 클린턴 유세를 쫓아다녔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은 트럼프가 바보 같아 좋아하지 않는다”며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뉴햄프셔주가 트럼프 쪽으로 뒤집히는 것을 보니 장담을 못하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클린턴 캠프가 피날레를 필라델피아로 잡은 것은 여러 전략적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인에게 독립과 민주주의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이민자와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여기는 민주당은, 필라델피아 독립기념홀에서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미국의 건국’이란 비전을 제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최 쪽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손팻말은 이전 유세에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힐러리 클린턴-팀 케인(부통령 후보) 이름이 나란히 쓰인 팻말을 나눠줬지만, 이날만큼은 앞뒤로 빨간색·파란색 바탕에 ‘유에스에이’(USA)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가 쓰인 손팻말 두개를 나눠줬다. 유세 과정에서 분열된 민주당(파란색) 지지자들과 공화당(빨간색) 지지자들이 이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벌써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 통합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조기투표 제도를 택하지 않고 있어 유권자 표심을 미리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전문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7일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1.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피츠버그 등 펜실베이니아 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층이 트럼프 쪽으로 집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필라델피아 등 동부 도시 쪽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클린턴으로선 발등의 불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등은 모두 이날 지지자들에게 “가족 및 이웃과 함께 투표에 참여하라”고 호소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 첼시(오른쪽 두번째)와 함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 첼시(오른쪽 두번째)와 함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오바마 “두려움을 거부하고 희망을 선택하길”
클린턴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 될 것”

애초 저녁 7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유세는 한시간 뒤에나 시작됐다. 연설은 첼시 클린턴(힐러리 클린턴의 딸)→빌 클린턴→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힐러리 클린턴 순서로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셸이 마지막 정점을 찍었던 그간의 유세 진행방식과 달리, 이날만큼은 클린턴을 맨 뒤에 배치해 그가 ‘오늘의 주인공’임을 부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은 트럼프의 대통령 자질을 비판하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려 애썼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는 이기적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여성혐오주의자”라면서도 “내일 여러분이 두려움을 거부하고 희망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클린턴도 “여러분의 아이들과 손자·손녀들에게 ‘2016년 포용적이고 너그러우며 열린 마음을 가진 국가를 만들기 위해 투표했다’고 대답할 수 있기 바란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나를 지지한 민주당원뿐 아니라 공화당원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면서 딸 첼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면서 딸 첼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롤리/AP 연합뉴스
클린턴은 이날 필라델피아를 마지막 유세지로 잡았으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판세가 요동치면서 필라델피아 유세 뒤 한밤중에 주도인 롤리로 날아가 한 번의 유세를 더 한 뒤 8일 새벽 뉴욕으로 되돌아갔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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