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울국제공원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선거관리위원이 유권자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안내판에 한글,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안내를 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한인들의 투표 열기도 예년에 비해 훨씬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서울국제공원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소 문을 열기 훨씬 이전부터 나와 길게 줄이 늘어섰다. 캘리포니아에선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니어서 일찍 투표를 마치고 일터로 향하려는 유권자들이 아침시간에 몰렸기 때문이다. 투표소에서 만난 한인들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전광일(77)씨는 “오래 전에 클린턴으로 결정했다”며 “클린턴의 정책이 한국에도 도움되고, 약자와 여성 인권을 존중할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인 2세인 마이크(35)는 “클린턴도 흡족하진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되는 걸 막기 위해 클린턴을 찍는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투표소 내부.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인단체들은 한인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 등록 운동을 해왔다. 스티브 강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다른 선거에 비해 한인 유권자 등록이 50% 이상 증가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인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두형 한인타운노동연대 간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 같다. 다만 동성애 허용에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미 전국적으로 이번 투표율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니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뒤 민주당 유권자들 중 젊은층 이탈이 상당했으나,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양새다.
한글로 된 선거 안내 책자를 들고 투표를 기다리는 한인 전광일씨 부부.
미국은 대선 당일, 대통령 뿐 아니라 상·하원 의원 및 주민발의안 등 여러가지 사항을 한꺼번에 투표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경우,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할 사항이 모두 35가지에 이른다. 대통령 외에, 연방 상원, 하원, 대법원 판사를 선택해야 하고, 17가지의 캘리포니아주 주민발의안과 9가지의 지방정부 주민발의안에 찬반 여부를 정해야 한다. 주민발의안을 설명하는 주정부 책자가 200쪽을 넘을만큼 방대하다. 17개의 주민발의안에는 마리화나 합법화, 담배세 인상, 총기규제 강화 등의 법안이 포함돼 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철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