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개인 블로그 갈무리.
마이클 무어는 대예언가였나. <식코> <다음 침공은 어디?> 등 미국 사회 이면을 까발리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지난 7월 쓴 글이 새삼 화제다. 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예상을 깨고 승리한 상황에서 이미 몇 달 전 “비참하고 무지하며 위험한 트럼프가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7월23일 <허핑턴포스트 US>에 실린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클릭)에서 마이클 무어는 미국인들을 향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56번의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 16명이 트럼프를 막으려 모든 시도를 다 했으나 그 무엇으로도 그를 막을 수 없었던 지난 한 해를 생각해보라”며 미국의 현재 선거 시스템에서는 “힐러리의 멋진 티브이 광고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토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를 제압한다 해도, 자유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갈 표를 빼앗는다 해도 그를 막지는 못한다”고 단언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무어는 총 5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4개주에 사는 ‘분노와 적의를 품은 노동자들’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10년 이후 공화당 주지사들을 선출해온 곳들이다.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의 그간 언행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힐러리가 ‘동률’이었다”며 이는 “트럼프가 ‘클린턴 부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지지해 공업지역이던 이 곳을 파괴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분노한 백인 남성의 최후의 저항이다. 무어는 8년간 흑인 남성 대통령을 견딘 이들이 다시 8년 동안 여성이 ‘두목’ 노릇을 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권자들에게
‘정말 인기가 없는’ 힐러리 개인의 문제도 지적했다. 무어는 “힐러리는 부당한 오명을 쓰고 있다”면서도
“유권자 70%는 힐러리를 믿을 수 없고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무어는 힐러리가 ‘옛날식 정치’를 대표한다며 “매일같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힐러리를 찍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어떤 후보가 더 많은 사람들을 집밖으로 끌어내 투표소까지 가게 할 것이냐에 이번 선거가 달려있는데 힐러리에게 열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힐러리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도 변수로 지적했다. 무어는 그들을
‘우울한 투표자’로 정의했다. 이들이
트럼프를 찍진 않겠지만 상당수는 그냥 집에 있을 것이라며 “힐러리가 평범한 중년 백인 남성을 러닝 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그들의 표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여성 두 명이 후보로 나선다면 짜릿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무어가 꼽은 이유는
‘제시 벤추라 효과’다. 1990년대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는 미네소타 주지사로 뽑힌 바 있다. 무어는 “미네소타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제시 벤추라가 정치적 지성인일 거라고 생각해서 뽑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것이었다”고 썼다.
‘병든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장난’인 셈인데, 무어는 트럼프와 함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떨지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게 무어의 예상이었다.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 전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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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