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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거침없는 막말·기행…미국 뒤집은 억만장자 ‘이단아’

등록 2016-11-09 16:39수정 2016-11-10 00:24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월17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 도중 “넌 해고야”라고 말하고 있다. “넌 해고야”는 트럼프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에서 자 주 했던 말이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월17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 도중 “넌 해고야”라고 말하고 있다. “넌 해고야”는 트럼프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에서 자 주 했던 말이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넌 해고야.”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인으로서보다는 <엔비시>(NBC) 방송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거침없이 탈락자를 조롱하는 말로 유명했던 부동산 재벌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그가 대통령 당선은 커녕 공화당 경선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선출직 공무원 경력이 전무한 이단아에게 공화당 주류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대에 장벽을 쌓겠다거나, 테러 우려가 있으니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황당한 발언 등이 백인 저소득층의 마음을 파고들어,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선 승리까지 일궈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1978년 뉴욕에서 뉴욕 하얏트호텔 건축 예상도를 가리키 고 있는 휴 캐리(오른쪽) 당시 뉴욕 주지사와 함께 서있다. 트럼프는 코모도르호텔 을 하얏트호텔로 개축에 성공해,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1978년 뉴욕에서 뉴욕 하얏트호텔 건축 예상도를 가리키 고 있는 휴 캐리(오른쪽) 당시 뉴욕 주지사와 함께 서있다. 트럼프는 코모도르호텔 을 하얏트호텔로 개축에 성공해,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뉴욕/AP 연합뉴스

금수저로 태어난 문제아
아버지는 독일계 부동산 사업가
13살때 교사 폭행·병역 기피 의혹

부동산 재벌·TV 쇼 스타로
초호화 ‘트럼프 타워’ 개발 성공
“넌 해고야” 리얼리티쇼로 유명세

세 번 결혼…잇단 성추행 폭로
모델·배우 출신과 이혼·결혼 거듭
원색적 음담패설로 후보사퇴 위기

트럼프는 독일계로 뉴욕 최대 부동산 개발업자인 프레더릭 트럼프의 아들로 태어났다. 금수저로 태어난 그는 13살 때 음악교사를 때려 눈에 멍이 들게 할 정도로 문제아였으며, 아버지는 제멋대로인 아들을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로 보내버렸다. 트럼프는 뉴욕군사학교에 잘 적응해 학생 간부가 됐지만, 실제 군 입대는 회피한 의혹이 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4년 무렵 네 차례나 징병을 유예받은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다.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경영대학원)에서도 공부했지만, 사업적 성공은 아버지의 유산과 교육 덕이 작용했다. 트럼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가차없는’ 부동산 월세 수금 등을 교육받았다.

트럼프는 1983년 뉴욕에 ‘트럼프 타워’를 지었는데, 최고급 청동색 유리로 사방을 둘렀고, 5층에서 지하 1층까지 쏟아지는 인공폭포로 장식했다. “부동산 사업에서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매력이 입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최고급 주거지와 카페, 사무실로 구성된 트럼프 타워에는 트럼프 회사인 트럼프월드가 입주해 있고, 트럼프의 집도 있다. 트럼프 타워는 완공 뒤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명소가 됐으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쌌지만 입주 신청은 쇄도했다.

트럼프는 세 번 결혼했고 그의 이혼과 결혼은 그때마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했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인지도를 높이는 구실을 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는 애틀랜틱시티에 있다가 문을 닫은 카지노 ‘트럼프 타지마할’처럼 6차례나 사업체 파산을 경험할 만큼 사업가로서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유명세는 꾸준했다. “넌 해고야”로 유명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공동 제작했으며, ‘미스 유니버스’ 운영권을 지난해까지 소유했다.

허세도 그의 이미지 메이킹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포브스>의 랜들 레인 편집장은 트럼프의 허세에 대해 쓴 적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트럼프의 재산을 45억달러로 추산했는데, 트럼프는 100억달러(약 11조5500억원)라고 신고했다. 트럼프는 레인 편집장에게 “40억(45억)달러보다는 10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할 때 더 나아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고 한다.

2010년 8월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2010 미스 유니버 스’ 대회가 끝난 뒤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당선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한 뒤 매년 미인대회를 개최해 왔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2010년 8월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2010 미스 유니버 스’ 대회가 끝난 뒤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당선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한 뒤 매년 미인대회를 개최해 왔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막말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그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만큼, 선거 운동 과정에서 다른 후보라면 바로 탈락 사유가 될 법한 발언과 행동도 그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7일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까지 동원한 음담패설을 했던 것이 폭로돼 대선 과정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지난 2005년 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의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담을 말하고 음담패설을 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는 당시 버스 안에서 “당신이 스타면 그들(미녀)은 뭐든지 하게 해줘”라며 “XX를 움켜쥐고, 어떤 것도 할 수 있어”라고까지 말했다.

음담패설 폭로 뒤 트럼프는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았고, 러닝 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마저 “그의 말을 용납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다”고까지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스캔들을 “트럼프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규정했고, <시엔엔>(CNN)은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끝장났다”는 앵커 멘트를 반복해 내보냈다. 여기에 그로부터 성추행·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고발과 증언이 잇따라 쏟아졌다. 이때부터 대부분 미 언론들은 ‘클린턴 당선’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다.

음담패설 폭로 뒤인 지난달 한때 힐러리 46% 대 트럼프 40%로 6%포인트까지 뒤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선을 열흘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아킬레스 건인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 트럼프에게는 막판 호재가 됐다. 트럼프는 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고, 또 미국 주요 언론이 자신에게 편파보도를 하며 “언론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숨은 표’가 있어 대선에서 크게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부분 언론들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8일 선거 결과는 그의 주장이 결코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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