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멜라니아·큰딸 이방카
24살 연하 슬로베니아 모델 출신
연설문 표절·취업비자 없이 활동 논란
‘조용한 실세’ 이방카 중요 역할 할듯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7월 18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 중 손을 흔들고 있다. 클리블랜드/AFP 연합뉴스
“미국은 자유와 기회를 뜻하는 단어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국은 첫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 대신 200년 만에 ‘이민자 출신 퍼스트 레이디’를 맞이하게 됐다. 연설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취업비자 없이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사실이 폭로되는 등 선거 기간 내내 구설에 올랐던 멜라니아 트럼프(46)가 백악관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
1996년 8월 미국으로 이주한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10대부터 유럽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9년 뒤 그녀는 24살 차이가 나는 트럼프와 결혼해 그의 3번째 부인이 됐고 이듬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멜라니아는 미국의 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재임 1829~1837년)의 영국 출신 부인의 뒤를 이어 이주민 출신 퍼스트 레이디가 됐다.
멜라니아는 지난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때 찬조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과 일부 문단의 구성, 단어까지 똑같이 구사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곧이어 미 언론은 루블라냐 대학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는 멜라니아의 학력 위조, 비자와 영주권, 시민권 취득 관련 의혹 등을 쏟아내 멜라니아는 한동안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선거 기간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멜라니아는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 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윈에서 처음으로 단독 유세에 나섰다. 여기서 그는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여성과 어린이들의 대변자가 될 것”이라며 “사이버 폭력을 없애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7월21일 공화당 전당대회가 치러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아버지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EPA 연합뉴스
선거 운동 기간에 불안했던 트럼프의 옆자리를 든든하게 지킨 건 큰딸 이방카(35)였다. 모델 출신으로 현재는 트럼프 기업의 개발·인수 부문 부사장인 이방카는 트럼프가 추문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때도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트럼프가 가족과 함께 대선 전 마지막 유세 무대에 섰을 때에도 트럼프가 마이크를 넘긴 건 이방카였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방카가 실질적인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비롯해 트럼프의 중요한 참모 구실을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방카를 두고 ‘트럼프의 나은 반쪽’ ‘트럼프 진영의 조용한 실세’ 등 기사를 내보내며 트럼프 당선 땐 ‘이방카가 특별보좌관으로 참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역시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이방카를 행정부에 기용하면 잘 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방카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당선되더라도 정부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관심이 쏠린다. 미국 언론은 그가 행정부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트럼프의 가장 가까운 정책 보좌역을 맡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