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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무너진 첫 여성 대통령의 꿈…기성정치인 이미지 극복 못해

등록 2016-11-09 17:05수정 2016-11-09 23:56

클린턴 패인은
승리연설 들으려 모인 지지자들
패색 짙어지자 침묵…점차 흩어져
8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파티가 예정됐던 뉴욕 맨해튼의 ‘재비츠 센터’에서 개표를 지켜보 던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파티가 예정됐던 뉴욕 맨해튼의 ‘재비츠 센터’에서 개표를 지켜보 던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돼 ‘유리천장’을 부수겠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꿈은 기성정치 세력 타파를 앞세운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파상공세 앞에 무너졌다. 2008년 무명의 정치인 버락 오바마와의 치열한 당내 경선에서 진 뒤 대선 도전 재수에 나섰지만, 2016년 유권자들은 클린턴에게 ‘여성 대통령’의 의미보다는 ‘기득권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더 강하게 투영했다.

8일(현지시각) 클린턴이 대선 승리 연설을 하기로 예정돼 있던 뉴욕 맨해튼의 ‘재비츠 센터’는 트럼프 승리가 굳어지자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애초 ‘클린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저녁 무렵부터 모이기 시작한 지지자들은 수백미터가 넘는 긴 줄에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밤 10시가 넘어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트럼프로 넘어가자 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판세가 트럼프 쪽으로 확연히 기울기 시작한 자정 무렵에는 지지자들이 굳은 얼굴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이날은 패배 연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충격이 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클린턴은 트럼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한 고지에서 대선을 출발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서 거의 막판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본선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조직력과 자금도 트럼프에 비해 훨씬 풍부했다. 레임덕을 모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소매를 걷어부치고 클린턴 유세를 지원했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모든 주류 언론들도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고, 트럼프 폭로에 앞장섰다.

하지만 클린턴은 지난해 3월 <뉴욕 타임스>의 보도로 불거진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의 장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가 보안이 되지 않는 이메일로 국가기밀을 주고받았다면 큰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린턴은 초기엔 ‘모르쇠’로 대응했다. 이는 ‘거짓말쟁이 힐러리’로 비화됐고, 두고두고 클린턴의 발목을 잡았다. 클린턴이 이 문제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은 그로부터 6개월 뒤였다.

특히, 대선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두고 지난달 28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클린턴의 지지율이 휘청거렸다. 이는 클린턴이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3차례에 걸친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확실하게 트럼프를 따돌렸던 클린턴은 막판에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운 클린턴재단이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유착했다는 의혹, 월가를 옹호해온 전력 등도 클린턴의 기성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유권자들의 밑바닥 분노는 ‘퍼스트 레이디’와 국무장관을 거친 클린턴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사는 대신에, 엘리트에 대한 분노의 표적으로 삼았다.

뉴욕/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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