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대미국대통령에당선된도널드트럼프가9일(현지시각)뉴욕맨해튼의힐튼미드타운호텔에서 ‘포용’과 ‘화합’을역설하는수락연설을하던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우파 포퓰리즘이 서방 세계를 점령
미국, 일방적인 고립주의로 선회
동맹국 및 적성국과의 관계 재조정 불가피
전세계적인 미국 주도 동맹 구도의 약화
미국, 일방적인 고립주의로 선회
동맹국 및 적성국과의 관계 재조정 불가피
전세계적인 미국 주도 동맹 구도의 약화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였다. 예상을 깬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국제사회는 시계 제로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트럼프의 승리에 전 세계 주요 증시와 원자재 가격은 5% 이상 폭락하며, 공황 상태를 보였다.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보다 더 큰 충격으로 국제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반세계화 우파 포퓰리즘이 해일이 되어 미국까지 덮친 것이다. 세계화와 함께 진행된 전 세계적인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그 원인이나, 그 대응으로는 극히 퇴행적인 우파 포퓰리즘의 기승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까지 이어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사회의 세계화, 개방화, 협력체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미국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국제개입주의를 버리고, 고립주의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고립주의가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 예외주의에 입각해, 동맹국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성격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보인 미국 일방주의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전세계적 폐해를 예고한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 재조정,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및 대중국 강경정책,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반이민 정책 등으로 세계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는 대미 무역흑자 시정 및 방위비 부담 증가 등의 압력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은 트럼프의 그 어떤 공약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시작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수많은 무역협정 재협상의 방향을 분명 미국의 무역역조를 시정하는 보호주의로 흐를 것이 분명하다. 이는 기존 세계 경제질서에 큰 혼란과 해당국과의 갈등 야기가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은 큰 의문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는 나토를 통한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에 대한 회의를 표출하며 나토 동맹에 따른 미국의 개입과 방위 의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드러난 유럽의 반세계화 흐름과 보호주의, 국수주의는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현재 국제질서의 주축인 대서양 양안동맹에 큰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토 동맹의 주축인 독일에선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한 고위측근인 노베르트 뢰트겐 의회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분노의 목소리로 집권해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된 미국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며 “지정학적으로 우린 아주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서양 양안동맹의 큰 전제인 반러시아 전선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이런 나토 회의론과 친러시아 태도가 장기적으론 동서진영 대결과 갈등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당장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사이의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 대외정책의 가장 큰 숙제인 중국과의 관계조정도 방향을 잡기 힘들게 됐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역조는 강력히 비난하고 있으나,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중국과의 갈등과 대결에선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45%까지 올리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 중국의 행동에 대해선 미국이 나약했기 때문이라고만 말하며 뚜렷한 대책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보다는 강경한 반중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뚜렷하다.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완전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만약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풀지못한면 베이징과의 거래를 “아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종잡을 수 없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직접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된다. 일본이 핵 억지력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해, 동아시아에서 핵 확산 우려도 부추키고 있다.
당장 트럼프가 내세우는 인종차별적인 반이민 정책은 관련국들의 거센 반발뿐 아니라 반미정서에 거센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와 무슬림 입국 금지는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 미국 안팎에서 큰 갈등과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동에서 이슬람주의 세력의 반미투쟁 명분은 더욱 축적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을 부른 세계화가 미 사회 내부에서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를 부르기는 했으나, 미국 전체 부를 성장시켰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트럼프도 그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세계화와 미 주도의 국제적 협력체제의 향후 행보는 미국의 상류층 및 기성 엘리트들과 트럼프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으로 국제사회의 세계화와 개방화, 미국 주도 협력체제는 큰 위기에 빠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미국의 기성 엘리트, 주요 동맹국 등 관련국들의 대응과 갈등에 따라 지정학적 위기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는 가장 큰 전환점을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이 백척간두에 섰다”고 평했다. 세계 질서도 백척간두에 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8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파티가 예정됐던 뉴욕 맨해튼의 ‘재비츠 센터’에서 개표를 지켜보 던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8일 밤(현지시각) 콜로라도주 그린우드에서 개표를 지켜보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민주당)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후보의 승리 선언에 환호하고 있다. 그린우드/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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