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 대선을 한달 보름쯤 앞둔 지난 9월23일, 미국 역사학자인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공화당)의 당선을 예측했다. 대다수 언론과 정치분석가들이 지지율과는 별개로 당선 가능성에선 힐러리 클린턴의 압도적 우위를 점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번에도 그가 맞혔다.
릭트먼 교수는 지난 1984년부터 2012년 대선까지 8차례 연속 대통령 당선인을 정확히 예측했던 전력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지난달 그가 내놓은 전망은 주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지난해 6월 이후 줄곧 트럼프 후보보다 앞서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트럼프 당선을 정확히 맞춘 것은 신통한 예지력이 어아니라 과학적 예측 기법과 역사적 통찰력 덕분이었다.
릭트먼 교수가 미래를 내다보는 ‘요술 구슬’은 미국의 역대 대선 결과와 선거 환경을 분석해 집권당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핵심 요소를 추려낸 예측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1860년부터 1980년 사이 미국 대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13개 명제를 만들고 이에 대한 ’거짓‘ 답이 6개 이상이면 선거 당시 집권당이 재집권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다음날인 9일 새벽(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도심의 한 호텔 바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연설을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그는 올해 펴낸 <차기 대통령 예측하기: 2016년 백악관으로 가는 열쇠들>이란 제목의 책에서 13개 ‘열쇠’들을 제시했다. △집권당이 중간선거 후에 그 전 중간선거 때보다 더 많은 하원의석 보유, △집권당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 △집권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 △유력한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가 없다, △선거운동 기간이 경기 불황기가 아니다, △집권당 정부가 국가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다 △현 대통령 재임중 지속된 사회불안이 없다 △현 정부가 주요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 △현 정부가 외교 또는 군사 정책에서 주요한 성공을 이뤘다, △집권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있거나 국민적 영웅이다 등이다. 이들 명제 중 ‘거짓’ 판정이 많을수록 집권당의 안정성이 훼손된 상태여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도 “대선은 카터와 레이건, 공화당과 민주당,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백악관을 쥐고 있는 정당과 도전하는 정당의 대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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