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던 낸시 팰로시 의원(민주당·맨 오른쪽)이 연방의회 하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법에 제동을 건 공화당에 항의한 뒤 위사당 밖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8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상·하원 선거에서도 모두 공화당에 패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뿐 아니라 연방의회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승리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의 개표 결과(미국 동부시각 9일 오전 7시30분, 한국시각 밤 9시30분 현재)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1석, 하원 435석 중 236석을 차지해 상하 양원에서 과반을 확보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상하 양원제다. 상원은 50개 주에서 2명씩 모두 100명으로 구성된다. 상원 임기는 6년이며 2년마다 3분의 1씩 새로 선출한다. 이번엔 34명이 새로 선출됐다. 하원은 전체 의석 435석이 각 주에 인구비례로 할당된다. 하원 임기는 2년으로, 선거 때마다 전원을 새로 선출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재벌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면서 앞으로 직무 수행에 힘을 받게 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연방대법원 판사 9명 중 공석으로 남아 있는 1명의 지명권도 갖는데,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인준도 무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의 판사가 4 대 4로 팽팽한 균형을 이뤄온 연방대법원 구성도 보수 성향으로 기울 게 확실시된다.
대다수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이번 대선 결과로 미 정치권은 거대한 지각변동까지 예상된다. 뜻밖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트럼프의 튀는 언행에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출하거나 지지를 유보해온 공화당 내 전통 보수주의자들도 당장은 ‘트럼프 현상’의 기세에 눌린 채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상하 양원에서 열세였는데, 이번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의회 주도권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의회 중간선거가 있을 때까지 최소 2년은 ‘트럼프-공화당’ 독주를 견제할 정치적 수단이 제한된 가운데 힘든 정국을 헤쳐가게 됐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다수 의회의 제동을 피해 행정명령으로 시행해온 불법 체류자 추방 유예, 총기 규제 등 개혁 조처들도 중단되거나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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