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모양 피냐타(종이인형)를 들고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
미국 새 대통령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다음날인 9일(현지시각), 이에 항의하는 ‘반트럼프 시위’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미국 전역 25개 도시에서 열렸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저녁 뉴욕에선 5000여명이 맨해튼 거리에 나와 반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뉴욕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가 거주하는 트럼프타워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모양의 피냐타(종이인형)를 우산으로 때려 다리를 부러뜨렸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트럼프타워 앞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고속도로로 나가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이날 저녁 1천여명의 시민이 시청 앞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해, 일부는 인근 101번 프리웨이를 한동안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다운타운의 도로와 빌딩에 트럼프 반대 문구를 페인트로 적고, 트럼프 인형을 불태우는 등 다음날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대부분 20~30대 남미계와 흑인, 무슬림 등이 주축을 이룬 시위대는 ‘인종차별주의자, 성희롱자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트럼프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집회 참석자 캐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위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이번 선거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반란이며, 미국을 60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고 분개했다. 그는 “트럼프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목소리를 전하고자 나왔다”며 “이것도 우리의 자유이며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들은 “맞서 싸우자, 일어나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위 학생 중 한명인 스테퍼니 히폴리토는 “아이들이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앞에 시위대 1800여명이 모여 “노 트럼프”, “노 케이케이케이(KKK·백인 우월주의 단체)” 같은 구호를 외쳤다. 필라델피아, 보스턴, 시애틀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각각 수백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했고,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고등학생과 교사 1500여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도 클린턴 지지자 2600명가량이 촛불시위를 벌이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고 외쳤다. 반면,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도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반대 물결이 일었다. 반트럼프 시위 구호를 인용한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 해시태그를 단 트위트가 쏟아졌고, 클린턴 득표율이 우세했던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캘리포니아와 탈퇴(exit)의 합성어 ‘칼렉시트’(Calexit)를 해시태그로 달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로스앤젤레스/이철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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