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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외교 레거시도 풍전등화

등록 2016-11-13 16:24수정 2016-11-13 22:04

파리 기후변화 협약 백지화 확실시…기후변화 ‘뼛속까지’ 부정하는 인물 인수위에
트럼프 “이란 핵합의 지금까지 본 계약서 중 최악”…폐기 혹은 재협상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야심차게 추진해온 대외 분야의 주요 레거시(업적)들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우선,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부터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기후변화 방지 분야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산업을 발굴할 수 있고, 이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손상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타결과 올 4월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195개국 서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경선 기간 중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내 석유 시추 등 화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트럼프의 지지 기반과 직결돼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기후변화 대처에 소극적이었던데다 탄광과 철강 산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백인 노동자 계층도 기후변화 대처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여겼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화한다는 이론을 ‘뼛속 깊이’ 부정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온 기업경쟁력연구소의 마이런 이벨 소장이 인수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는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이벨 소장은 새 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이 빠진 기후변화협약을 중국이나 인도가 제대로 지킬리 없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구상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어렵게 타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 동안 “이란 핵 협상은 끔찍하다. 지금까지 봐온 계약서 중 최악”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이란에 핵 개발 족쇄를 풀어준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협상 타결을 비판해왔다. 따라서 이란 핵 합의는 폐기나 최소한 재협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발과 이란 내 반미주의 확산, 이란 핵 합의에 참여한 유럽국가들의 비판이 예상돼, 쉽게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은 공화당이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가장 일찍 침몰했다. 티피피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 강화, 동맹 및 외교적 유대 강화 등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경제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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