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앞둔 14일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이민자들의 ‘반트럼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사진은 이날 시카고에서 이민자 권리 지지자들의 시위 모습. 시카고/AP 연합뉴스
오는 20일(현지시각)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45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의 존 루이스 의원(민주)은 지난 13일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러시아인들이 이 사람(트럼프)이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우는 데 가담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파괴하는 것을 도왔다. 대통령 당선자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는 14일 트위터에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대선 결과에 잘못된 불평을 하느니, 끔찍하고 망가지는 지역구 문제를 고치고 돕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오로지 말, 말,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 통탄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루이스 의원의 지역구는 애틀랜타가 포함된 조지아주 5지구로, 범죄가 만연한 곳은 아닌데도 트럼프 당선자가 흑인 의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루이스 의원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평화행진을 주도한 민권운동가였다는 점에서 인권단체들과 민주당의 반발을 불렀다. 루이스 의원을 포함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14일 현재 14명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르기로 한 것을 철회하며 “공연이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 키드먼도 최근 “트럼프가 당선된 이상 우리는 한 국가의 대통령이 누구든 그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아니었다고 이날 해명했다.
이날 미국의 주요 대도시 등 50여곳에서는 수천명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공약을 비판하고 이민자의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워싱턴에서는 ‘여성의 행진'이 예정돼 있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 현재 트럼프의 지지율은 44%로, 대통령 취임을 앞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한달 전 48%에서 4%포인트 떨어졌고,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로 3%포인트 올랐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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