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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 “핵무력 완성” 다음날 펠트먼 초청 확정…북핵 대화 시동

등록 2017-12-05 19:59수정 2017-12-05 22:19

나흘 일정으로 5일 오후 베이징 통해 방북
유엔 대변인 “상호 관심사·우려사항 논의”
갈등분쟁 해결 담당하는 장관급 고위인사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왼쪽)이 5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외무성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왼쪽)이 5일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외무성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유엔의 최고위급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펠트먼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나흘 일정으로 5일 북한을 방문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은 6년여 만의 유엔 최고위급 방문으로,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재연되고 있는 한반도 ‘강 대 강 구도’를 완화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4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펠트먼 사무차장이 5~8일 북한을 방문한다”며 “북한 당국자들과 상호 관심사 및 우려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한의) 유엔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하고 북한에 있는 유엔 직원들 및 외교단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일행 4~5명과 함께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출발했으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다른 내용은 없이 “제프리 펠트먼 유엔 부사무총장과 일행이 5일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보도했다.

유엔의 고위급 인사 방북은 2010년 2월 당시 린 패스코 정무담당 사무차장과 2011년 10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 밸러리 에이머스 국장의 방북 이후 6년여 만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승계한 뒤 유엔 고위급의 첫 방북이다. 장관급 인사인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분쟁지역 갈등 해결이라는 유엔 본연의 임무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여러 사무차장들 가운데서도 핵심 인사다.

특히 그의 방북은 북한과의 ‘공식 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펠트먼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 북한 당국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반민반관 대화’(1.5트랙)보다 공식성이나 격식 면에서 훨씬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은 북한의 초청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탐색적 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에 펠트먼 사무차장을 초청했고 지난달 30일 방북이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방북이 최종 확정된 시점을 보면, 북한이 29일 새벽 아이시비엠을 발사한 뒤 정오께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주장한 시점과 엇비슷하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이 완성됐다며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대외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사진 출처: 유엔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사진 출처: 유엔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동의 혹은 조율을 거쳤다는 점도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유엔 소식통은 ‘미국 쪽과도 조율을 거쳤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관련국들과 협의를 거쳤다”며 “북한과의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은 관련국들이 다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달 29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 행정부도 최소한 북한과의 소통 채널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아이시비엠 발사 6일 만에 이뤄진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은 시점상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북한의 아이시비엠이 이론적으로 미국 워싱턴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조야에선 선제타격론이 다시 등장할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방북이 한반도 긴장 지수를 낮출 수 있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유엔 소식통은 “사무차장이 긴장 완화 목적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사무차장 방북을 통해 북한도 더 이상의 군사적 도발을 제어할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주레바논 미국대사와 근동담당 차관보 등을 하며 26년간 미 국무부에서 근무하다 2012년 정무담당 사무차장으로 유엔에 합류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그의 개인 역량에 거는 기대도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정치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의 방북으로 북핵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구갑우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엔 고위급 인사의 한차례 방문으로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어찌 됐든 적절한 중재자가 없는 교착 국면에서 유엔이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 성과에 따라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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