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5일 게재된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익명 기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의 결정을 막으려는 저항세력들이 있다고 이 기고는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폄하하는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익명의 고위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내부 움직임을 밝힌 기고가 <뉴욕 타임스>에 실렸다. 우드워드의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아이 수준으로 깎아내린 인물로 지목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질이 논의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5~6학년생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는 매티스 장관에 대한 교체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5일 보도했다. 백악관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몇달 안에 떠날 것이라며 대체 인물을 논의해왔는데, 이번 ‘폭로’를 계기로 거취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누가 매티스를 대신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은 어느 때보다도 현실적”이라는 백악관 고위 관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이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교체설을 부인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우드워드의 폭로에 대해 “소설”이라며 부인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라고 밝힌 필자가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의 일부다’라는 제목으로 쓴 기고를 게재했다. 기고는 행정부 관리들은 조국을 트럼프의 “최악의 성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의제들 중 일부를 무력화하려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도덕성”과 “충동성”이 조악하고 무모한 결정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와 일하는 누구라도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 결정을 어떠한 안목 있는 원칙에 입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중의 대통령직”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려고 저항하는 고위 관리들에 의한 국정이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내각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직무가 불가능할 때의 권한 승계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25조를 들먹이는 속삭임들이 초기부터 있었다고 했다. 행정부 내부의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가 미국을 망치지 않도록 은밀하면서도 치열한 노력을 한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익명 기고를 실은 매우 드문 결정에 대해 “행정부 고위 관리인 필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익명 게재가 독자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역자를 내놓으라’며 펄펄 뛰고 있다. 그는 “만약 그 배짱 없는 익명의 인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뉴욕 타임스는 국가 안보를 위해 즉각 그를 정부에 내놓아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이 큰 충격을 받았으며, 기고자 색출과 대응을 위해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기고문 어투를 분석하면서 신원 추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잠복해있던 세포 조직이 깨어났다”는 문자 메시지를 돌리면서 행정부 내에서 조직적 반트럼프 저항이 시작됐는지 우려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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