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10일 맨체스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세론’이 힘을 잃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사실상 4위로 밀려난 데 이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고전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초반 경선에서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면서, 민주당 안에선 벌써부터 바이든 대세론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뉴햄프셔대 조사센터와 지난 6~9일 뉴햄프셔주 민주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이 11% 지지율로 3위에 그쳤다고 10일 보도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9%)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22%)에 10%포인트 넘는 차로 크게 밀리는 결과다.
같은 날 발표된 <보스턴 글로브>-서퍽대 여론조사(8~9일 실시)에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14%)에게도 밀리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2%)과는 동률로 4위를 기록했다. 보스턴 지역방송인 와 에머슨대 조사(8~9일 실시)에서는 클로버샤(14%)는 물론 워런(11%)에게도 뒤져 10%로 5위까지 떨어졌다.
특히 퀴니피액대학이 이날 공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샌더스가 25%의 지지를 받아, 이 조사에서 처음으로 바이든(17%)을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 26% 대 21%로 바이든이 앞서가던 직전 조사(1월28일)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정치 정보업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전국 조사에서 바이든은 고작 0.2%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샌더스를 앞서가고 있는 수준이다.
암울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바이든의 지지자와 측근들 사이에서 바이든의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전했다. 실제로, 바이든 캠프 쪽은 아이오와 코커스 ‘참패’ 이후 두번째로 치러지는 뉴햄프셔에서의 반등 기대는 아예 내려놓은 듯한 분위기다.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이제 막 경선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뉴햄프셔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관계없이 우리는 네바다(22일), 사우스캐롤라이나(29일), 슈퍼 화요일(3월3일) 등 그 이후에도 우리의 계획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다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일각에선 네바다 코커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승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캠프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한 인사는 “(캠프는 지금) 장례식 분위기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통해 급부상한 부티지지는 물론 클로버샤와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다른 후보들이 바이든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탓이다. ‘슈퍼 화요일’ 경선부터 참여하는 블룸버그의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퀴니피액대 전국 여론조사(10일 발표)에서 15%(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특히 흑인 표심이 동요하고 있는 것도 바이든에겐 ‘적신호’다. 바이든 캠프 쪽에서 ‘방화벽’이라고 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표심을 확인하는 첫 무대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유권자의 61%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퀴니피액대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흑인 유권자들의 바이든에 대한 지지는 49%에 27%로 2주 만에 22%포인트나 빠졌다.
민주당의 전략가인 짐 맨리는 <더 힐> 인터뷰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과연 바이든의 방어벽이 돼 줄지 모르겠다”며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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