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성조기를 끌어안고 있다. 내셔널하버/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마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해온 ‘보건 경시’ 정책이 신속한 위기 대응을 저해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와 오리건주 워싱턴 카운티,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서 해외여행 이력이나 확진자와의 긴밀한 접촉이 없었는데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 3명이 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29일 보도했다. 지난 26일 캘리포니아 솔라노 카운티에서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가 처음 나온 데 이어, 미국 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까지 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미국에서도 사람 간 전염을 통해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취해온 보건 정책들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염병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 성격의 조직이 해체되고, 관련 보건 예산이 축소되면서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산하 세계보건안보·생물방어 부문을 해체한 바 있다. 이 조직 해체로 조지 부시 행정부 때부터 말라리아 퇴치 등을 이끌어왔던 티머시 지머 선임 정책관이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로 자리를 옮기는 등 관련 전문가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는 분명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비시>(ABC) 방송은 지난해 전세계적 유행 잠재성이 있는 동물 매개 바이러스의 탐지·발견 등을 위해 국제개발처가 2009년 만든 ‘프리딕트’(PREDICT)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주자들도 이 점을 파고들며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민주당의 이런 비판에 “코로나19를 정치화하는 것”이라며 “탄핵 거짓말에 이은 새로운 거짓말”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경선 후보 중 한 사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9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냉철해야 하며, 과학자들이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거짓말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며, 온당한 행동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를 향해 “과학적인 사실을 왜 거짓말로 몰아가느냐”며 “이 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 국민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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