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이 지난 26일 미국 백악관 서관 브리핑룸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 1년가량 개점휴업 상태였던 백악관 브리핑룸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대변인 등을 통한 언론 공식브리핑을 ‘패싱’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대동하고 백악관 브리핑룸 단상에 직접 섰다.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공식 브리핑이 개최된 건 작년 3월11일 새라 샌더스 전 대변인 겸 공보국장의 브리핑 이후 352일 만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불안심리가 커지자 ‘재선’에 악재가 될라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당시 회견에서 “브리핑이 정례화되는 것이냐”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당신들이 좋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29일,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90분 전에 브리핑룸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사흘 만에 다시 단상에 섰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70년 백악관 서관(웨스트윙)에 만들어진 이 브리핑룸(공식 명칭은 제임스 브래디 언론 브리핑룸)에선 과거에 주요 현안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브리핑이 매일 같이 열려왔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지난해 1월22일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공평하게 다뤄주지 않을 것”이라며 샌더스 당시 대변인에게 “브리핑하느라 힘빼지 말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시에 따라 샌더스는 3월 이후 정례 브리핑을 하지 않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은 트럼프 본인의 트위터 등을 통해 발표돼왔다. 공식 브리핑 패싱 현상은 이후에도 계속돼, 지난 6월 샌더스 후임으로 임명된 스테퍼니 그리셤 대변인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브리핑룸에서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브리핑룸은 사진촬영용 사다리 등 기자들의 취재 장비 보관창고처럼 쓰여왔다. <에이피>(AP) 통신은 3일 “갑작스레 브리핑룸이 분주해지면서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룸 청소라는 반갑지 않은 일도 함께 생겼다”고, 트럼프 시대의 웃지 못할 언론취재보도 환경을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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