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을 입은 남성이 16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의 한 묘지 안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의 관을 옮기고 있다. 베르가모/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 지난 11일 밤, 이곳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상에서 치료를 받던 85살 남성 렌초 카를로 테스타가 숨을 거뒀다. 세상을 떠나는 길,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닷새 뒤인 16일, 장례도 치르지 못한 그의 주검은 관 속에 든 채 지역 묘지 내 한 교회 복도에 놓여 있었다.
50년을 함께해온 아내도 자식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테스타의 임종 순간을 지킬 수 없었다. 정부가 이동제한과 집단모임 금지 조처를 내린데다 가족들도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타의 관 옆엔 매장 순서를 기다리는 비슷한 처지의 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이 놓여 있었다.
“정말 전쟁보다 더한 상황이네요. (하루빨리 격리에서 풀려나)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그의 자녀 마르타 테스타(43)는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기 어려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베르가모시의 살풍경한 상황을 보도하며,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람들에게 커다란 정신적 상흔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110만명의 도시 베르가모시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다. 이날까지 나온 확진자 수만 해도 3760명이다. 전날보다 344명이나 더 늘어난 수치다. 베르가모시 주민들은 이곳이 한밤중에 구급차와 영구차 소리만 들리는 유령도시처럼 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한 예로, 베르가모시의 작은 마을 넴브로의 경우 지난 12일 동안 무려 7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한해 이 마을 전체 사망자 수가 120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숫자다. 또 베르가모시 외곽 피오비오란 마을에선 최근 86살 남편과 82살 아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각각 하루 차이로 병원에 실려 갔다가 한날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52살 자녀 역시 의심증상으로 자가격리 중이라 임종을 지키긴커녕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영안실이 넘쳐날 지경이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조르조 고리 베르가모시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역 묘지 폐쇄 조례를 시행하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수십개의 관들이 베르가모 올세인츠 교회를 비롯한 묘지 내 교회 등에 말 그대로 ‘쌓이고’ 있다. “불행히도 관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엄격한 이동제한 조처 등으로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 순간에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뒤따라오는 영구차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걸어 잠근 묘지 입구에서 남의 손에 가족의 관을 맡기고, 사제가 간단한 추도 기도를 하는 게 전부다. 화장을 하려고 해도 순서가 밀려 있어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른다. 지난 14일 아버지를 잃은 루카 디팔마(49)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워낙 사망자가 많다 보니, 베르가모시 초뇨의 한 성당에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조종을 하루에 한 차례만 몰아서 치기로 결정했다. 베르가모 지역 일간지 <레코 디 베르가모>는 지난달 9일 3쪽에 불과했던 부고란이 한 달 만인 지난 13일 10쪽 분량으로 늘어났다. 이 신문 편집자인 알베르토 체레솔리는 “사람들이 홀로 죽어가고 홀로 묻히고 있다”며 “우리에게 이번 사건이 큰 트라우마, 정서적 외상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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