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 해임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비판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수사에 부당 개입한 의혹까지 겹치며 ‘탄핵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우구스투 아라스 브라질 검찰총장은 25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부패 수사에 정치적으로 개입한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허가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전날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연방경찰청장을 임명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사임했다. 이에 검찰총장이 즉각 보우소나루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4일 모루 장관의 동반자격인 마우리시우 발레이슈 경찰청장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해임하고, 브라질 정보기관 총수인 알레샨드리 하마징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모루 장관은 사임을 발표하면서 “명확한 이유가 없는 발레이슈의 해임은 나와 정부의 신뢰성을 해치는 정치적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부패와 싸우는 연방경찰의 노력에 대통령이 간섭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루 장관의 주장이 “근거 없다”며 대통령은 원하는 인물을 경찰청장에 임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모루 장관의 사임은 보우소나루의 코로나19 난맥상과 겹치며 정부 안팎에서 ‘탄핵 요구’로 비화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주장한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장관을 해임하면서, 국민적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5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5천명이나 발생하고, 사망자는 3700명에 이르고 있다.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의 사임이나 탄핵을 촉구했다.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과 페르난두 아폰수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도 보우소나루 때문에 브라질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하원에서 24일에만 2건의 탄핵 추진 요구서가 제출되는 등 모두 30건의 탄핵안이 올라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