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알렉스 에이자(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혈장치료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을 때의 모습.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승인한 코로나19 혈장치료 효과에 대해 미국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전문가위원회는 1일(현지시각) “혈장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성명을 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전문가위는 혈장치료와 관련한 공개 자료와 비공개 자료를 모두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치료) 증거가 불충분하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일반적 치료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혈장치료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의 혈액 중 혈장에 포함된 항체를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등에도 사용돼왔다.
앞서 지난달 2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코로나19 혈장치료를 긴급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혈장치료 긴급사용 승인이 코로나19 대응에 “역사적 돌파구”라고 추어올렸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근거가 될 자료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발표 일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날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또한, 스티브 한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도 발표 뒤 효과가 과장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한 국장은 지난달 23일 발표에서 혈장치료로 100명 중 35명이 목숨을 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실제 자료를 보면 100명 중 5명꼴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지난주 실린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분명히 후회한다”며 “내가 위험에 대한 설명도 더 잘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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