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건부 장관 마르셀로 케이로가가 29일 화이자 백신 첫 인도분 100만 회분이 도착한 비라코포스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캄피나스/AFP 연합뉴스
브라질이 29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40만명이 넘은 나라가 됐다. 브라질이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을 느슨하게 운용하고 있고 백신 공급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코로나19 확산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질은 이날 신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3001명을 기록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망자가 40만1186명에 이르렀다고 브라질 보건부가 밝혔다. 브라질에선 코로나19 감염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의료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이달 초 코로나19 사망자가 4천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면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감염병학자 페드로 할랄은 “브라질이 지난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산은 얼마 전 브라질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더 촉진되고 있다.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는 애초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2.5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의 보건 기구인 ‘피오크루스’ 연구원인 디에고 제이비어는 지금까지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브라질 국민의 13%에 그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별도의 방역 대책 없이 이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실패의 책임을 정부에 묻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서부터 주지사들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방역 대책을 실시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에밀리오 리바스 감염병 연구소의 의사 자말 술레이만은 “우리가 사망자 수 40만명에 이른 것은 주로 정부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처음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등과 같은 방역 대책의 실시를 거부했다.
백신 공급도 늦어지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예상보다 30% 적은 백신이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백신을 구하지 못해 계획대로 접종하지 못하고 있고, 백신 접종 의료시설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렇게 허술한 방역 대책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브라질 상원 의회는 최근 정부가 제대로 방역을 했는지 따지는 국정조사에 착수했다.
또 백신 공급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고 있다. 상원 의회는 코로나19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백신을 둘러싼 지식재산권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법안을 의결해 하원에 넘겼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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