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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노벨상 수상자’에서 ‘내전 책임자’ 전락한 에티오피아 총리

등록 2021-06-21 16:00수정 2021-06-22 09:04

[후(who)스토리]
2019년 노벨평화상 받은 아비 아머드
에리트레아 전쟁 끝냈으나 내전 촉발
21일 총선서 내전 중인 티그레이 제외
200만명 고향 잃고 5만명 사망 추정
“정부군, 기아를 무기로 쓴다” 비판도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노벨평화상 수상자’에서 ‘내전 책임자’로 비판받고 있는 아비 아머드(45) 총리가 이끄는 에티오피아에서 21일 총선이 열렸다. 아비 총리는 이번 선거가 에티오피아의 첫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외쳤지만, 국내외 시선은 차갑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두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열린 총선에는 전체 선거구(547곳)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102곳에서 치안 불안과 준비 부족을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선거가 열리지 않은 다른 지역 대부분은 오는 9월에 선거를 치르기로 했지만, 지난해 내전이 일어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는 언제 총선을 치를지 기약이 없다. 아비가 이끄는 여당인 ‘번영당’의 총선 승리가 예상되지만, 이미 의미는 퇴색했다.

아비 총리의 인생에는 전쟁이 관통한다. 15살 때인 1991년 에티오피아 사회주의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무장투쟁에 가담했다. 오로모족과 암하라족, 티그레이족 등이 연합해 구성한 단체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EPRDF·이하 민주전선)이 같은 해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렸고, 그는 새 정부 소속 군인이 됐다.

그는 2018년 3월 42살 나이에 총리에 올랐다. 아프리카 최연소 지도자였으며, 에티오피아 최대 민족이지만 권력에서 소외되어 왔던 오로모족 출신으로는 최초의 총리였다. 그는 집권 직후 정치범 수천명을 석방하고 언론 통제를 완화하는 개혁 행보를 보였다. 같은 해 9월 이웃 나라인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20여년간 벌여온 무력 분쟁을 끝냈다. 그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시민들이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AP 연합뉴스
2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시민들이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AP 연합뉴스
그러나 사회주의 정권 축출 이후 30여년간 집권한 민주전선 내의 주도권 다툼은 내전을 촉발했다. 티그레이족은 인구 6% 남짓이지만,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TPLF)이 민주전선을 주도해왔다. 아비는 집권 뒤 개혁을 표방하며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 주요 인물을 정부 요직에서 쫓아냈다. 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고, 지난해 11월 티그레이 지방에 군대를 파견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아비는 민주전선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번영당을 출범시켰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군과 에리트레아군이 티그레이에서 식량을 빼앗아 이 지역 주민 600만명 중 35만명을 기아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유엔을 인용해 전했다. 통신은 에티오피아군 등이 “기아를 전쟁 무기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티그레이 주민 200만명이 집을 잃고 떠돌고 있으며, 민간인 최소 5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은 아비 정부는 반대파 체포, 언론 통제 같은 이전 정부 수법도 쓰고 있다며 “아비가 (민족 간) 통합을 맹세했으나 이제는 전쟁으로 찢어진 에티오피아의 통제 강화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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