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근처 고물상에 쳐진 철조망 사이로 한 남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세력 확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오는 9월11일 미군의 아프간 철군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권력 공유 등 향후 아프간 체제를 둔 협상은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결과다.
데보라 라이언스 유엔 아프간 특사는 지난 5월 이후 아프간의 370개 지구 중 50개 이상이 탈레반 세력권으로 떨어졌다고 22일 밝혔다. 라이언스 특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출석해 “탈레반의 최근 진출이 더욱 현저해지고 있으며, 이는 강화되는 군사작전의 결과”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라이언스 특사는 안보리에서 “대부분 주에서 주도들도 포위된 상태”라며 “이는 미군 등 연합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탈레반이 이 주도들을 장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34개의 주로 구성됐으며, 주마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400여개 안팎의 지구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은 421개 지구 중 적어도 87개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은 최대 주들인 칸다하르 및 헬만드 등 남부 지역에서 세력이 왕성했는데, 갈수록 북부로 확장되는 추세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아프간 관리들을 인용해 “탈레반은 이날 타지키스탄과의 접경지대 통로인 시르칸반다르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시르칸반다르는 아프간 북부의 주요 도시인 쿤두즈에서 북쪽 50㎞에 있는 요충지로서, 지난 5월 이후 미군 철군 국면에서 탈레반이 거둔 최대 성과다.
라이언스 특사는 또 올해 1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민간인 사상자가 29%나 증가했다며, 여성과 아동이 그 주요 대상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난 5월8일 카불의 하자르족 다수 지역의 학교에서 하교하는 여학생들이 탈레반한테 공격을 당해, 100여명의 여학생이 숨진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정치, 치안, 평화 과정, 경제, 인도적 비상사태 및 코로나19 예방 등 모든 주요한 흐름들이 부정적이거나 정체됐다”며,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과장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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