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이 전투 때문에 쿤두즈 등에서 카불로 피난 온 이들이 9일 천막 아래 앉아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탈레반 쪽으로 군벌들도 가세하고 있다. 탈레반은 군벌의 합류에 힘입어 7번째 주도를 점령했고,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 대한 점령 공세에도 나섰다.
탈레반은 9일 북부 사만간주의 주도인 아이바크 도심으로 진입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탈레반의 아이바크 진입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10일에는 서부 파라주의 주도인 파라까지 장악했다
사만가주의 부지사인 세파툴라 사마가니는 “지사가 주민들을 보호하려고 군 병력을 철수했다”며 “탈레반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전했다.
아이바크와 파라는 탈레반이 점령한 6번째와 7번째 주도이다. 이에 앞서 이틀 동안 탈레반은 북부의 거점 도시 쿤두즈 등 5개 주도를 점령했다.
아이바크는 아프간 북부 물자 공급로이다. 탈레반은 아이바크를 점령함으로써, 북부에 있는 정부군에 대한 보급을 더욱 옥죌 수 있게 됐다. 또, 북쪽에 있는 주요 도시인 마자르-이-샤리프에 대한 포위 공세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마자르-이-샤리프는 아프간 북부 지역의 대도시 지역이다. 탈레반이 이 도시를 점령하면 쿤두즈 점령보다도 더 큰 전략적 승리다. 탈레반은 현재 인구 50만명의 이 도시를 포위해, 고립시켜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직 도심으로 진입하지는 못하고 있다.
1주일 동안이나 포위를 버텼던 아이바크가 별다른 전투 없이 탈레반에게 넘어간 것은 이곳의 군벌이 탈레반 쪽으로 가세했기 때문이다. 아이바크는 타지크족의 자미앗-이-이슬라미 군벌의 영향력이 큰 도시이다. 이 군벌의 지도자 아시프 아지미 전 상원의원은 자신의 병사 300여명과 함께 탈레반에 합류했다. 탈레반이 대공세를 시작한 5월 이후 그는 탈레반에 합류한 최대 거물이다.
사마간주 주정부의 한 관리는 <가디언>에 “탈레반은 무자헤딘 지도자였던 아시프 아지미가 가세해서 전투 없이 입성했다”며 “그의 탈레반 합류는 정부군에 공포를 자아내서 도망치게 했다”고 말했다.
관리들에 따르면, 아시프 아지미는 주지사에게 도시를 방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으나, 무기만 챙기고는 도망갔다는 것이다. 아지미는 외신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자미앗-이-이슬라미 당은 이슬람 통치를 목적으로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슬람 정부를 원한다. 현 정부는 미국의 괴뢰다”고 탈레반 쪽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자미앗-이-이슬라미는 1990년대 아프간 내전 때 최대 군벌이던 아마드 샤 마수드가 창설한 군벌로, 북부동맹의 주축이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군의 아프간 침공 때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아시프 아지미의 탈레반 가세로 각 지역 군벌들의 동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 전쟁에서 각 군벌들은 전황에 따라서 입장을 바꾸어 왔다.
아프간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탈레반의 내란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이 공동의 전쟁 계획하에 단결하지 않는다면, 수주 내로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탈레반은 2주 전부터 서·남부의 3대 도시인 헤라트, 칸다하르, 라슈카르가를 포위하고 있고, 지난 주말부터는 쿤두즈 등 북부의 주요 도시들을 점령했다. 탈레반이 마자르-이-샤리프까지 점령하면 서·남·북부의 주요 도시들은 탈레반의 영향권에 떨어지고, 카불 등 동부 도시 지역만이 정부군 관할로 남게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