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반탈레반 세력의 병력이 판지시르 계곡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판지시르 계곡에서 버티는 마지막 저항세력을 더욱 옥죄고 있다. 판지시르의 반탈레반 세력들의 운명은 탈레반이 진행하는 ‘포용적 신정부’ 협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23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저항세력들이 점령했던 판지시르 계곡 주변의 3개 지구를 탈환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무자히드는 탈레반 병력들이 지난주에 반탈레반 세력들이 차지했던 바노, 데에살레, 풀에헤사르 3개 지구를 탈환하고, 판지시르 계곡 쪽으로 더 접근해 진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 병력들이 판지시르 계곡 인근의 바다크샨, 타크하라, 안다라브에 진주했다고 덧붙였다.
바노 등 3개 지구는 지난주 와해된 아프간 정부군의 잔류 병력을 중심으로 탈레반에 대항하는 전투를 벌였다.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첫 본격적인 반탈레반 저항이던 이 전투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15~3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노 등 3개 지구에 인접한 판지시르에서는 과거 북부동맹의 잔류 세력들이 모여서, 반탈레반 무장투쟁을 선언했다. 과거 북부동맹의 지도자인 아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마드 마수드 등은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민족저항전선’을 결성해, 반탈레반 저항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이에 탈레반은 지난 22일 수백명의 무장병력을 판지시르로 파견했고, 바노 등 3개 지구를 탈환하는 한편 판지시르 계곡을 봉쇄해 포위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 남부에서 북부로 이어지는 주요 고속도로에 있는 살랑 고개가 다시 개통됐고, 적군들은 판지시르 계곡에서 봉쇄됐다고 설명했다.
판지시르에 있는 민족저항전선의 대외관계 담당인 알리 나자리는 지난 22일 밤부터 시작된 전투에서 자신들이 탈레반 병력을 격퇴했다고 주장하나, 탈레반이 판지시르를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는 “그들이 판지시르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그들은 오늘 패배에 직면했고, 퇴각했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하지만, 판지시르 계곡 주변에서 전투가 있었다는 정황은 없고, 무자히드 대변인의 언급에서도 전투는 없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이나 민족저항전선은 무력 대치를 하고 있으나, 협상도 표방하고 있다. 민족저항전선 쪽은 신정부 구성에서 자신들도 참여하는 협정이 관철되지 않으면, 무력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족저항전선 쪽은 외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저항을 지속할 수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이 은거하고 있는 판지시르 계곡은 방어에 지리적 이점이 있지만, 고립된 환경이다. 탈레반 역시 판지시르에서 버티는 저항세력을 무력으로 단기간에 일소하기는 힘들어서, 포위와 봉쇄를 통해서 압박을 강화해 유리한 타협을 도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현재 카불에서 자신들이 표방하는 ‘포용적인 신정부’ 구성을 놓고,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을 중재자로 전 정부의 관계자를 포함해 각 세력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판지시르의 저항세력과의 무력충돌이 격화되면, 정부 구성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차질을 예상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