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의 폭탄 테러로 다친 아프간인들이 병원 침상에 누워있다. 카불/A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의 폭탄 테러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아프간 철수 작전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영국 등은 예정대로 철수작전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캐나다, 노르웨이처럼 철수작전 종료를 선언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프간 철수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테러리스트들로 인해 방해받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임무를 그만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대피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오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및 민간인 대피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철수작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그 작전의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영국인과 아프간 조력자 1만2천명을 철수시켰다며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철수작전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설정한 철수 시한 31일을 며칠 앞두고 폭탄테러 사건이 터져 철수작전 일정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14일 이후 미국인과 아프간인 등을 포함해 10만100명을 철수시켰지만, 아직도 아프간에는 미국 국적자 1500여명과 아프간 조력자 몇만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과연 너댓새 만에 모두 철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테러가 발생한 26일에도 철수작전을 지속해 이날 하루 7500여명을 실어날랐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그러나 이 숫자는 이번 주 초 하루 수송인원이 1만9000명에 이르렀던 것과 견주면 2분의 1도 안 된다. 폭탄 테러 발생으로 카불공항의 안전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송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카불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도 우려된다. 카불공항의 수송작전을 총지휘하는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 차량 폭탄 공격 등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추가 테러가 발생하면 카불공항의 철수작전에 더 큰 차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날 캐나다와 노르웨이,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카불공항의 철수 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