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아프간 전 대통령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가니에 “당신에겐 최고의 군대 있다”
<로이터> 지난 7월23일 녹취록 공개
바이든의 안이한 정세 인식 드러나
통화 한달도 안돼 아프간 정부 붕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전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민간인 대피 작전 종료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당신에게는 최고의 군대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이 지난 7월23일 14분간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과 녹음을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입수했다며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가니 대통령에게 “당신에겐 분명히 최고의 군대가 있다. 잘 무장된 군대 30만명 대 (탈레반) 7~8만명이다. 그들(아프간군)은 분명히 잘 싸울 능력이 있고 우리는 (아프간 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근접 공중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가 생존뿐 아니라 유지되고 성장하도록 우리도 외교·정치·경제적으로 지속해서 강력히 싸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군을 30만명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서류상 숫자고 실제 병력은 그 6분의 1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아프간군은 이 통화 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눈 녹듯 사라졌다. 통화 뒤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8월15일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 입성했고 가니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빠져나와 국외로 도망쳤다. 통신은 전화 통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그가 (통화) 23일 뒤 (가니 정부)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과 마지막 통화에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다. “세계와 아프간 일부에 ‘탈레반과 싸움이 잘 안 되고 있다’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점은 굳이 내가 말할 필요 없을 것”이라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른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또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유력인사가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라고 조언하며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가니 대통령은 “카르자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악담을 퍼붓고 미국의 하인이라고 비난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가니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의 전면적 계획과 지원을 받은 탈레반의 전면적 규모 침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 통화 내용과 관련해, 백악관은 언급하기를 거부했고 가니 대통령 쪽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주미국 파키스탄 대사관 대변인은 파키스탄 지원설을 부인하며 “아슈라프 가니가 퍼뜨리는 핑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