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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히잡 의문사 보도한 여성기자 2명에 “CIA 첩자”

등록 2022-10-30 11:31수정 2022-10-31 02:31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당국에 끌려갔다가 숨진 ‘마흐사 아미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 북서부 쿠르드 거주지역 마하바드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27일 공개된 영상을 찍은 것이다. AFP 연합뉴스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당국에 끌려갔다가 숨진 ‘마흐사 아미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란 북서부 쿠르드 거주지역 마하바드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27일 공개된 영상을 찍은 것이다. AFP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잡혀갔다가 숨진 여성의 사건이 보도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여성 기자에 대해 미국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란 정보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28일 밤(현지시각) 공동성명을 내어 니룰파 하메디(Nioofar Hamedi)와 엘라헤 모함마디(Elahe Mohammadi) 두 기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첩자로 외국언론 보도의 1차 정보원 구실을 했다고 비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란에서 외국의 첩자라는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이들은 “미국의 중앙정보국이 영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당국과 함께 이란에서 전국적 규모의 폭동이 일어나도록 계획했다”며 하메디와 모함마디 두 기자는 외국에서 훈련을 받고 숨진 아미니의 가족에게 보내져 이들 가족이 거짓 정보를 퍼뜨리게 했다고 비난했다.

하메디는 아미니가 이란 당국의 조사를 받다 쓰러져 치료받던 병원에서 아미니의 죽음을 처음 보도한 기자다. 그녀는 아미니가 의식불명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과 가족들이 병원 복도에서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해 이란 전국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모함마디는 아미니의 고향 사케즈에서 진행된 장례식을 보도하기 위해 외국의 정보기관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이란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모두 지난달 체포돼 악명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란 언론인협회는 성명을 내어 “당국이 하메디와 모함마디에 대한 범죄 혐의의 증거로 지목한 것은 바로 전문 언론인의 의무”라며 하메디와 모함마디가 언론인으로서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당국이 이렇게 하메디와 모함마디를 외국의 첩자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언론을 위협해 최근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한 보도 자제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언론인은 “이것은 계속 이란 시위 사태에 대해 보도한다면 너희들도 같은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는 협박”이라며 “이란 당국이 언론인에 외국 첩자라는 혐의를 뒤집어씌운 건 늘 해오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혁명수비대는 29일 “오늘이 폭동 마지막날이다”라며 앞으로 시위에 대해 강력 진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미니 사망 이후 어린이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고, 1만2천명 이상이 체포됐다. 언론인도 적어도 45명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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