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경제난 불안 속
‘내부 단속’ 위해 강력조처
이란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소셜미디어에 관련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30대 여성에게 태형 74대를 집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7일 이란 미잔 통신을 인용해 이란 법원이 “테헤란의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수치스러운 복장을 했다”는 이유로 33살 쿠르드족 여성 로야 헤슈마티에게 1200만리알(약 37만원)의 벌금과 함께 태형 74대를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의 페르시아어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은 헤슈마티가 애초 13년 징역형을 받았지만, 항소 법원이 징역형 선고는 취소하며 태형과 벌금형은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란 법원은 이 여성이 “공중도덕을 위반”했고 다른 이들을 선동하려고 했으며 “외부 조직”과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들에겐 히잡 착용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히잡 착용 의무 위반에 대해 태형과 같은 극단적이고 비인도적인 처벌을 하진 않아 왔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태형 집행은 법 위반이다. 최근 이란 의회가 통과시킨 히잡 관련 법에는 처벌 수단으로 태형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란 의회는 복장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 의무 위반에 강경 대응하는 것은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불붙은 ‘반정부 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며칠 앞두고는 히잡을 벗는 움직임을 근절하고 관련 시위를 무력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나아가 이란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전쟁으로 ‘숙적’ 이스라엘과 전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또 미국이 2018년 이란 핵협정을 일방 파기하며 경제제재를 되살린 뒤 장기화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내부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