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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제2의 아미니? “이란 16살 소녀, 도덕경찰 폭행에 혼수상태”

등록 2023-10-04 19:33수정 2023-10-05 02:33

관영 언론은 “혈압 낮아 쓰러져”
사건 보도한 기자는 한때 구금
이란 지하철 운영사 테헤란 메트로가 공개한 16살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사건 영상 일부분. 가디언 갈무리
이란 지하철 운영사 테헤란 메트로가 공개한 16살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사건 영상 일부분. 가디언 갈무리

이란에서 16살 소녀가 히잡 착용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 도덕경찰에게 폭행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이란 인권단체가 주장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1년이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 도덕경찰의 횡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3일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누리집을 통해 성명을 내어 “1일 이후 16살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혼수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 지하철역에서 도덕경찰에게 심각한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것이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라완드가 테헤란 지하철 쇼하다역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된 뒤 현재 혼수상태에 빠진 채 파즈르 공군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이 엄격한 보안 조처를 취하고 있어 가족들의 면회조차 금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헹가우는 “가라완드가 히잡 착용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도덕경찰)에 의해 신체적 공격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가라완드는 쿠르드족이 많이 거주하는 이란 서부 도시 케르만샤 출신이지만 현재 테헤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에 방문한 이란 개혁주의 일간지 샤르그의 저널리스트 마리암 로트피는 가라완드의 사연을 보도한 뒤 이란 보안군에 의해 잠시 구금됐다. 헹가우는 “보안군의 경비가 강력해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지하철 운영사 ‘테헤란 메트로’가 공개한 이미지엔 한 소녀가 의식을 잃은 채 여러 사람들에 의해 지하철 객차 안에서 플랫폼으로 옮겨지는 장면이 담겨 있을 뿐이다. 해상도가 너무 낮아 쓰러진 소녀가 히잡을 썼는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소녀가 차 안에서 어떤 일을 당해 쓰러지게 됐는지 등 핵심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이란 관영 언론들은 지하철 운영사의 말을 인용해 가라완드가 혈압이 낮아져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소녀의 아버지 역시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영상을 확인했다. 단지 사고일 뿐이라는 게 명확하다. 아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이란 사회는 1년 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아미니의 의문사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바싹 긴장하고 있다. 가족들과 테헤란으로 여행을 왔던 22살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13일 도덕경찰에 연행돼 재교육센터로 끌려갔다. 이후 혼수상태에 빠졌고 사흘 뒤 병원에서 숨졌다. 이란 당국은 폭력 사용을 부인하며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시민들은 당국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았다. 아미니의 죽음은 2021년 8월 집권 이후 모욕적인 히잡 단속을 벌이는 등 보수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미국의 오랜 제재로 피폐해진 이란의 경제 상황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국적인 시위의 기세가 꺾이자 이란 정부는 다시 히잡 단속을 강화하는 등 보수 정책으로 회귀했다. 테헤란 시장은 지난 8월 지하철 내 히잡 순찰을 강화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8월 이후 도덕경찰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과 폭력적 대치를 벌였다는 보고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이란 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20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100배인 10억리알로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 새 법(3년간 적용되는 한시법)을 통과시켰다. 텔레그래프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지난해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시킨 아미니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어 이란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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