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들이, 일부는 머리에 의무적인 스카프 착용을 하지 않고, 13일 테헤란 거리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들려 조사받다 숨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아버지를 한때 억류했다 풀어줬다. 사망 1주년 추모행사를 계기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마흐사의 아버지 암자드 아미니는 16일 아침 이란 서부 사케즈에서 집을 나서려다 곧바로 이란 보안당국에 가택 연금됐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쿠르드족 인권단체네트워크(KNRN)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암자드는 보안당국으로부터 딸의 묘지에서 1주기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뒤 풀려났다.
이란의 국영 통신인 이르나(IRNA)는 암자드가 억류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보안당국이 그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암자드는 지난주 딸의 1주기를 맞아 추모행사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이란 보안당국에 소환된 적이 있다. 그의 친척 사파 아엘리는 5일 체포된 뒤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마흐사의 기일을 맞아 이른바 ‘요주의’ 인물들과 그 가족을 체포하거나 조사하는 등 사전 단속에 나서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란 당국이 그동안 시위에 참여했다 숨지거나 처형된 사람의 가족에 대해 예비 검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흐사의 사망 1주기 행사를 계기로 또다시 이란 전국을 뒤흔들 반정부 시위가 발생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22년 9월13일 쿠르드계 이란인인 마흐사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조사받은 지 나흘째인 16일 숨졌다. 많은 이란인이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국의 지나친 이슬람법 집행에 분노하면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 기간에 551명이 숨지고 2만2천명 넘게 체포됐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보안당국이 마흐사의 묘지로 가는 길을 모두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인권단체는 파르딘 자파리란 이름의 젊은 청년이 묘지로 가려다가 총에 맞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테헤란 거리 곳곳에도 보안병력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는 테헤란 외곽의 주택가에서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성, 생명, 자유” 등의 슬로건을 외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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