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전투원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대에서 19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
유엔 “이스라엘, 민간인공격은 전쟁범죄” 지적
1만명 이상 외국인 탈출러시속 레바논인만 고립
1만명 이상 외국인 탈출러시속 레바논인만 고립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진격한 이스라엘 지상군이 헤즈볼라 전투원들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경선 근처에 대기하던 지상군을 19일 레바논 국경 안으로 투입했으나, 헤즈볼라의 강한 저항에 부닥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군 탱크 2대를 파괴하는 등 이스라엘군의 진격을 저지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사 2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쪽 사상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스라엘은 지상군 작전 없이는 헤즈볼라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수 없다고 보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상군 작전은 헤즈볼라가 게릴라전에 이용하는 터널과 무기를 겨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부가 숨은 벙커에 23t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원망과 불만을 고조시키려고 레바논의 주택과 시설을 무차별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19일 하루 동안 70명 이상이 희생돼 현재까지 레바논 사망자는 32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는 1천명 이상, 피난민은 50만명이 넘는다고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가 밝혔다.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19일 각국 외교사절들에게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비호하고 정전에 반대하는 미국을 겨냥해 “이것이 국제사회가 말하는 자위권이냐”고 따졌다. 그는 “레바논인들의 생명의 가치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작다는 것이냐”며 “즉각적인 정전”을 호소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즉각적인 정전을 촉구했다. 시니오라 총리는 “‘국가 안의 국가’를 세운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켜야 한다”며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19일 성명을 내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아버 고등판무관은 “민간인 인명피해 규모와, 이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 지휘계통에 있는 사람들에게 개인적 전쟁범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민간인 희생이 예상되는 무차별 폭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사도 “수많은 레바논 민간인이 계속 폭격에 희생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제네바협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1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탈출’한 레바논에는 레바논인들만 남겨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뒤 공습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불안 속에서 피난 행렬이 폭격이 날아드는 도로 위로 몰리고 있다. 집중공습을 당한 레바논 남부에서는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이 떨어져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어린이들은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이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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