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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여론악화 · 전략실패 수렁에 빠진 이스라엘

등록 2006-07-28 18:40수정 2006-07-28 20:57

미 ‘새로운 중동론’ 민간인 피해로 설득력 잃어
‘헤즈볼라 과소평가’ 논란…유대인도 반전시위
이스라엘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 레바논 남부 전선에선 헤즈볼라의 반격으로 전사자가 늘고 있고, 여론전에선 중동 전역을 휩쓸고 있는 헤즈볼라 지지 열풍에 밀리고 있다. 이스라엘을 무조건 두둔하는 미국도 여론전에서 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새로운 중동’ 역풍=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번주 짧은 중동 방문 동안 레바논의 유혈사태에 대해 “새로운 중동이 태어나기 위한 산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중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단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레바논 민간인들과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이 아랍어 위성방송을 통해 날마다 중동 전역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아랍 언론에는 ‘새로운 중동’ 구상의 오만함을 성토하는 글과 만평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26일과 27일 요르단과 레바논 언론에 실린 만평 ‘새로운 중동’은 폐허가 된 채 이스라엘의 거대한 탱크 아래 깔려 있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헤즈볼라는 아랍인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주 ‘수에즈 운하 국유화 50주년’을 맞은 이집트에선,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맞서 운하를 국유화했던 아랍민족주의 영웅 가말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비교하는 글들이 주간지 <알아흐람> 등 주요 언론에 실렸다. 26일 카이로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선 나스랄라와 나세르의 사진이 나란히 등장했다. 이집트 시인 아프메드 무아드 네금은 칼럼에서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도 나스랄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들은 억압과 약함을 강요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나에게 ‘나스랄라가 내 마음 속에 죽어있던 것들을 되살렸다’고 말했다”고 썼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왼쪽은 이집트 주간지 <알아흐람> 최신호에 실린 만평. 나치 군복을 입은 이스라엘이 무력한 유엔을 밟고 선 채 백양목(레바논의 상징)을 공격하고 있다. 오른쪽은 레바논 일간 <데일리스타>의 26일치 만평. 이스라엘 폭격기들이 레바논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동안 태연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모습을 그렸다.      <알아흐람>과 <데일리스타>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따옴
왼쪽은 이집트 주간지 <알아흐람> 최신호에 실린 만평. 나치 군복을 입은 이스라엘이 무력한 유엔을 밟고 선 채 백양목(레바논의 상징)을 공격하고 있다. 오른쪽은 레바논 일간 <데일리스타>의 26일치 만평. 이스라엘 폭격기들이 레바논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동안 태연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모습을 그렸다. <알아흐람>과 <데일리스타>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따옴

알카에다 2인자 아히만 알자와히리도 27일 <알자지라>에 보낸 녹음테이프에서 헤즈볼라의 저항을 이라크에서 미군에 맞서는 저항에 견줬다. 그동안 시아파 단체인 헤즈볼라를 껄끄럽게 대해왔던 알카에다로선 이례적인 태도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해 문제를 일으켰다며 헤즈볼라를 비난했던 친미 아랍정권들도 이런 강한 헤즈볼라 지지 여론에 밀려 태도를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이번주 국영방송에 나와, “이스라엘의 오만 때문에 평화를 얻는 데 실패한다면 중동전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반전시위도= 레바논 남부에서 26일 병사 12명이 숨지고, 여전히 하루 100~150발의 헤즈볼라 미사일이 계속 이스라엘로 발사되는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 안에서도 ‘전략 실패’ 논란이 일고 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해 대규모 공습과 소규모 지상전으로 신속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끈질긴 헤즈볼라의 저항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침공 지지 여론이 80%가 넘지만 일부 아랍계와 좌파 유대인들은 소규모 반전시위에 나서는 등 반전여론이 일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이 27일 전했다. 모셰 아렌스 이스라엘 전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이번 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이스라엘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국면 전환을 위해 27일 최대 4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하도록 군 당국에 허가했다. 이날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로마회의에서 정전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은 레바논 무장단체를 분쇄하라는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확대되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지금까지 집계된 레바논인 사망자는 420여명이 넘는다. 레바논 보건장관은 27일 무너진 건물에 깔린 실종자를 합하면 사망자가 6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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