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이라크 군경 치안확보 능력에 물음표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연구그룹’ 보고서에 일부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내전 분위기가 더 달아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6일 화상 연결을 통해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리 해밀턴 전 하원의원한테서 보고서 내용을 설명받고 일부 결론에 동의했다고 이라크 정부가 밝혔다. 바르함 살레 부총리는 <알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절대적으로 외국군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라크 정부군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군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하룻만에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 지팡이는 아니다”며, 대규모의 미군 감축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 내년 중반까지 이라크군이 온전한 통제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이라크 정부군이 강화되면 미군 감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0만여명에 이르는 이라크 군과 경찰이 시아-수니파 분쟁과 무장단체들의 정부 장악 기도를 꺾는 데는 수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알말리키 총리는 지난해에도 2006년 안에 상황을 장악하겠다고 ‘맹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만명씩에 달하는 시아·수니파 무장세력들은 정부군에 수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문제는 이라크 군·경의 전투력과 기율이 한참 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미군은 이라크군 6개 대대를 앞세워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을 벌이려 했지만, 호응한 이라크군이 2개 대대에 그치자 결국 미군이 작전을 주도했다.
연구그룹에 군사 분야를 자문해 준 잭 킨 전 미 육군참모총장조차 철군 제안이 전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는 보고서가 “이라크의 엄혹한 현실보다는 워싱턴의 정치적 의지 부재”를 말해 준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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