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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랍자구출작전-촉박한 시한’ 심리전 치열

등록 2007-07-23 19:11수정 2007-07-24 08:05

‘파병반대 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탈레반에 납치된 23명의 귀환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 철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자, 23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 집회 참석자가 촛불을 켜 들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파병반대 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탈레반에 납치된 23명의 귀환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 철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자, 23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 집회 참석자가 촛불을 켜 들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아프간 정부, 작전개시 발표로 납치세력 떠보기
탈레반, 예전과 달리 하루 단위로 ‘처형’ 협박

한국인 납치 사건을 놓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치열한 심리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온 양면 전술로 사태를 좀더 유리하게 이끌려는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힘겨루기 결과는 한국인들의 무사귀환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정부의 압박 심리전=23일로 닷새째를 맞은 이번 사태 과정에서 일어난 가장 일촉즉발의 위기는 전날 아프간 정부의 구출작전 개시 발표였다. 아프간 국방부는 “아프간군과 외국군은 피랍자들의 자유를 위한 합동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혀 긴장을 고조시켰다. 탈레반이 요구한 동료 수감자 석방 시한(한국시각 밤 11시30분)을 몇 시간 앞두고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알자지라> 방송은 병력 이동 장면까지 방영했다.

그러나 협상시한을 세 시간 가량 앞두고 이 작전은 부인됐다. 아프간 국방부는 “전산 오류”로 잘못된 성명이 나갔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아프간 군·경은 이후 납치세력과 피랍자들이 있는 곳을 봉쇄하고 있다고까지만 밝혔다. 하지만 소동은 실수 때문이라기보다 납치세력을 교란하고 떠보려는 심리전으로 보인다. 곧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 대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인질들을 감시하는 대원들이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있다”고 응수했다. 아프간 정부 처지에서도 많은 인질을 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단순한 방식으로 대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압둘 하디 칼리드 아프간 내무차관은 23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는 국가안보나 이익을 위배하는 협상을 할 뜻이 없다”며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나섰다. 같은날 아프간 주둔 나토 사령관이 이런 입장을 지지한 점도 상대를 위축시켜 요구 수준을 낮추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탈레반의 교란 심리전=탈레반은 납치 사실을 공표한 20일부터 하루 단위로 ‘인질 처형’ 시한을 연장하며 협상 상대를 교란하고 있다. 이렇게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은 아프간과 이라크의 다른 납치 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3월 헬만드주에서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기자를 납치한 탈레반은 나흘 뒤에야 이탈리아군 철군과 동료 석방을 요구하며 일주일의 시한을 제시했다. 탈레반은 이번 사건에서는 많은 인질을 담보로 아프간과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조기에 많은 성과를 얻어내려는 계산을 하는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위치가 파악된 상태여서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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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이탈리아 기자 납치를 아프간 정부와 민간, 미국·영국과 이탈리아 사이를 갈라놓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이탈리아의 압박에 탈레반 인사들을 풀어준 반면, 함께 납치된 아프간인 운전기사의 석방 협상에는 소극적이어서 그는 결국 살해됐다. 탈레반 군사지도자 물라 다둘라는 그때 영상메시지를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외국인들의 석방 협상에는 나서면서 아프간 시민을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인질을 이용해 동료를 돌려받은 첫번째 경우로, 탈레반은 이번에도 이 때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22일 협상시한을 다시 24시간 연장하면서 “우리는 개로 하여금 사람을 물도록 하는 기독교도나 유대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개로 수감자들을 위협한 일을 상기시켜 주민들의 외국군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려는 표현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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