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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보는 국제현안] 가자지구 침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의 포연이 감도는 가운데, 중동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은 ‘테러와의 전쟁’의 축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가는 ‘포스트 부시’ 시대, 오바마 행정부의 대 중동 전략,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대응 등 중동의 ‘지각 변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이란어과) 교수와 함께 이번 사태의 전망과 이면에 놓인 중동의 복잡한 정세들을 살펴봤다.
이 ‘포스트 부시’ 중동정책 새판 짜기 의식
하마스 제거보단 무력화해 내분 유도할 듯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에 하마스를 최대한 약화시켜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우선순위에 놓이도록 만들려 한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무장정치세력 헤즈볼라에게 충격적 패배를 당하면서, 전략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엿새만에 아랍국가들을 초토화시키는 압승을 거둔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중동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레바논에서의 패배로 이스라엘의 ‘무적 신화’가 깨지면서 이스라엘-미국의 굳건한 동맹에도 틈이 생겼다. 이스라엘은 이를 만회하려 한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이번 사태에 계속 침묵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은 오바마를 겨냥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도록 ‘경고’를 보내고 있고, 오바마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뭄바이 테러 당시 강력한 ‘테러와의 전쟁’ 의지를 밝혔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오바마는 취임 뒤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프간과 이란 등으로 중동정책의 축을 옮기려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아프간으로 정책의 축을 옮기면,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의 우선순위가 밀릴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은 가자를 침공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팔레스타인 해법은? “총선 승리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를 약화시키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하마스와 친서방 온건파 파타의 대립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가장 유리한 형태로 명목상의 팔레스타인 국가만을 세워주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평화협상을 체결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협상 테이블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정망은?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를 장악한 뒤, 국제여론 등을 보면서 ‘속도조절’을 할 것이다. 하마스의 로켓포 사정거리를 감안할 때 가자 북부를 확실히 장악하면, 로켓포가 이스라엘 영토까지 도달할 수 없다. 2월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국내에는 ‘안보’를 확보했다고 과시할 수 있다. 이후 어디까지 진격할지 결정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 할까? “아니다. 하마스를 최대한 무력화시킨 채 남겨 둬 온건파 파타당과의 내분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이이제이’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내분을 이용하려는 강대국의 전형적인 분할지배 전략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정당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자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스라엘은 알고 있다.” 하마스는 ‘제2의 헤즈볼라’가 될 수 있나?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은 헤즈볼라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가자지구 봉쇄로 무기나 군수품 보급도 어렵고, 국가라는 보호막도 없고, 이스라엘은 오랫 동안 점령해온 가자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마스도 최대한 버티는 게 목표지만, 객관적 능력은 약하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개입하게 될까? 가능성이 낮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명분은 강력하지만, 군사력이 헤즈볼라에 비해 너무 취약하다. 헤즈볼라가 승리했을 때 이란은 동반 승리를 얻었지만, 하마스 편에 섰다가 하마스가 패배한다면 같이 패배하게 된다. 왜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가자를 공격했을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취임하면, 부시 행정부에 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중동 평화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오바마쪽은 당황했겠지만,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사전교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고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을 거부한 직후,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과 어떤 관계가 있나?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중심으로 ‘중동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전략가들은 기존의 ‘중동’ 개념을 확장시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포함시킨 포괄적 중동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전략이 페르시아만 지역을 중심에 둔 데 비해, 지금은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를 잇는 전략적 축이 강조되고 있다. 핵심은 에너지 패권이다.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를 잇는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과 에너지 수송망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오바마가 그린 에너지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린 에너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이스라엘 안보라는 미국 중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2순위로 밀리게 되고, 이것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미묘한 변수가 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간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이유는? “알카에다의 근거지라는 대테러전의 명분뿐 아니라, 아프간의 에너지 수송로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에너지 확보 전략을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이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이런 큰 그림 속에서 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다.” 이라크 철군, 이란과의 외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라크는 중동의 중심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전투병력은 철수시키겠지만, 완전 철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치안 유지 명분으로 미군의 주도권을 유지할 만한 병력이 주둔할 것이다. 이란과 미국 관계에는 아프간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공격은 이란 내부의 강경·보수파에게 도움을 주고, 미국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온건개혁파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다.” 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하마스 제거보단 무력화해 내분 유도할 듯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에 하마스를 최대한 약화시켜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우선순위에 놓이도록 만들려 한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무장정치세력 헤즈볼라에게 충격적 패배를 당하면서, 전략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엿새만에 아랍국가들을 초토화시키는 압승을 거둔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중동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레바논에서의 패배로 이스라엘의 ‘무적 신화’가 깨지면서 이스라엘-미국의 굳건한 동맹에도 틈이 생겼다. 이스라엘은 이를 만회하려 한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이번 사태에 계속 침묵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은 오바마를 겨냥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도록 ‘경고’를 보내고 있고, 오바마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뭄바이 테러 당시 강력한 ‘테러와의 전쟁’ 의지를 밝혔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오바마는 취임 뒤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면서, 아프간과 이란 등으로 중동정책의 축을 옮기려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아프간으로 정책의 축을 옮기면,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이스라엘의 우선순위가 밀릴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은 가자를 침공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팔레스타인 해법은? “총선 승리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를 약화시키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하마스와 친서방 온건파 파타의 대립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가장 유리한 형태로 명목상의 팔레스타인 국가만을 세워주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평화협상을 체결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협상 테이블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시파 병원에서 5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다친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정망은?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를 장악한 뒤, 국제여론 등을 보면서 ‘속도조절’을 할 것이다. 하마스의 로켓포 사정거리를 감안할 때 가자 북부를 확실히 장악하면, 로켓포가 이스라엘 영토까지 도달할 수 없다. 2월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국내에는 ‘안보’를 확보했다고 과시할 수 있다. 이후 어디까지 진격할지 결정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 할까? “아니다. 하마스를 최대한 무력화시킨 채 남겨 둬 온건파 파타당과의 내분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이이제이’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내분을 이용하려는 강대국의 전형적인 분할지배 전략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정당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자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스라엘은 알고 있다.” 하마스는 ‘제2의 헤즈볼라’가 될 수 있나?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은 헤즈볼라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가자지구 봉쇄로 무기나 군수품 보급도 어렵고, 국가라는 보호막도 없고, 이스라엘은 오랫 동안 점령해온 가자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마스도 최대한 버티는 게 목표지만, 객관적 능력은 약하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개입하게 될까? 가능성이 낮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하마스의 명분은 강력하지만, 군사력이 헤즈볼라에 비해 너무 취약하다. 헤즈볼라가 승리했을 때 이란은 동반 승리를 얻었지만, 하마스 편에 섰다가 하마스가 패배한다면 같이 패배하게 된다. 왜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가자를 공격했을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오바마가 취임하면, 부시 행정부에 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중동 평화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오바마쪽은 당황했겠지만,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사전교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 있다’고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을 거부한 직후,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의 새로운 중동정책과 어떤 관계가 있나?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중심으로 ‘중동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전략가들은 기존의 ‘중동’ 개념을 확장시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포함시킨 포괄적 중동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전략이 페르시아만 지역을 중심에 둔 데 비해, 지금은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를 잇는 전략적 축이 강조되고 있다. 핵심은 에너지 패권이다.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를 잇는 풍부한 석유·가스 자원과 에너지 수송망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오바마가 그린 에너지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린 에너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이스라엘 안보라는 미국 중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2순위로 밀리게 되고, 이것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미묘한 변수가 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프간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이유는? “알카에다의 근거지라는 대테러전의 명분뿐 아니라, 아프간의 에너지 수송로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에너지 확보 전략을 견제하는 다목적 포석이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이런 큰 그림 속에서 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다.” 이라크 철군, 이란과의 외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라크는 중동의 중심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 주둔 미군 중 전투병력은 철수시키겠지만, 완전 철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치안 유지 명분으로 미군의 주도권을 유지할 만한 병력이 주둔할 것이다. 이란과 미국 관계에는 아프간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공격은 이란 내부의 강경·보수파에게 도움을 주고, 미국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온건개혁파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다.” 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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