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개혁파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들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열린 선거운동 때 무사비 후보의 상징색인 녹색으로 옷을 갖춰입고 환호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출생
‘혁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태어난 이란 젊은이들은 정부의 ‘불법 집회 금지’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일주일째 테헤란의 거리를 가득 매운 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국가와 혁명을 위해 출산을 장려했고, 이란 인구 7천만명중 3분의 2가 30살 미만이다. 이 당시 태어난 혁명후 세대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분출하고 있다. 1979년 혁명세대는 미국의 조종을 받는 팔레비왕조로 인해 이슬람 공동체(움마)가 위협받는다고 느껴 이슬람혁명을 벌였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이런 정서를 공유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진정 바라는 것은 미르 호세인 무사비로 상징되는 ‘변화’다. 이는 무사비가 정말 개혁적 인가라는 문제와는 별개다. 거리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은 18일 <에이피>(AP) 통신에 “많은 이란인들은 무척 종교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슬람공화국을 끝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면서도 “과거 세대의 희망은 이슬람 독재로 바뀌었고, 우리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크 레빈 캘리포니아주립대학 교수는 최근 <알자지라> 온라인판 기고에서 수십만 시위대의 물결은 선거부정 의혹을 훨씬 넘어서, 이란 정치 시스템과 통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깊은 분노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통치 엘리트도 대규모 시위에서 드러난 사회적 불만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읽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이들은 강경 신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2005년 집권한 이후 사회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손을 잡을 수 없고 종교경찰이 여성들의 복장을 일일이 단속한다. 이런 불만은 한해 100만명 넘는 대졸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제적 현실과 맞물려 폭발하고 있다. <유라시아넷>은 18일 “젊은층의 변화 열망이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재선으로 변화의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결합돼, 젊은 세대를 거리로 쏟아져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비시>(BBC)는 이번 시위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유사한 대변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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