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새해특집|두근두근 월드컵] 남아공의 실험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응원을 가려는 사람들은 부부젤라(vuvuzela)라는 남아공 전통악기가 내는 소음에 익숙해져야만 할 것 같다. 남아공 축구팬들은 축구경기를 관람할 때 길이 약 61㎝ 나팔인 부부젤라를 불어대는데,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색은 코끼리가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부부젤라 소리가 너무 요란한 탓에 금지해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6월 남아공에서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했던 스페인 대표팀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는 “선수들이 부부젤라 소리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고 의사소통에도 방해가 된다”며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에는 일본축구연맹 회장 이누카이 모토아키가 남아공월드컵 조직위원회에 부부젤라를 경기장 안에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누카이 회장은 “선수들이 2m만 서로 떨어져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며 “자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젤라 사용이 금지될 것 같지는 않다. 남아공 정부는 남아공의 전통이라는 뜻이 확고하다. 국제축구연맹도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한때 논의했지만 금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 회장은 “이번 월드컵은 남아공에서 열리지 서유럽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부젤라 소리는 소음이면서 에너지이고 리듬이며 아프리카 자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부젤라의 기원에 대해서는 남아공 줄루족이 전쟁 때 사용하던 도구였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1990년대 플라스틱 재질 부부젤라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남아공의 축구 응원문화로 자리잡았다.
조기원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