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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월드컵이 선물한 ‘통합’

등록 2010-07-12 19:37수정 2010-07-13 08:29

개최 남아공 흑백 함께 응원·애국심 표출 ‘낯선풍경’
우승 스페인 깊은 지역갈등 잠시 잊고 ‘동질감’ 만끽
12일(한국시각) 결승전 종료 휘슬과 함께 막을 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은 개최국 남아공과 우승국 스페인에 ‘통합의 경험’이란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 지구촌을 열광시킨 월드컵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어도, 지난 한달을 통해 이들은 새로운 희망을 봤다.

“월드컵이 남아공의 ‘천사들’을 만들어냈다.” 남아공의 한 자선재단을 이끌고 있는 작가 숀 존슨은 이번 월드컵을 휴머니티의 부활을 통해 인간을 천사로 만들어낸다는 공상과학소설 <베터 에인절스>에 빗대어 말했다.

인종차별, 범죄, 에이즈, 가난 따위의 이미지로 덧칠돼온 남아공은 없었다. 흑인 웨이터와 백인 대학생이 담배를 나눠 피우며 거리응원을 하고, 흑인 교사가 백인 축구팬들의 잔에 맥주를 부어주었고, 야간열차에 흑인과 백인이 난생처음 두려움 없이 동승해 부부젤라를 불어댔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남아공의 백인들이 흑인 정부가 이끄는 남아공에 대해 거리낌 없이 애국심을 표출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고 전했다. 남아공 작가 니크 음흘롱고는 “이건 내가 몰랐던 남아공이다. 이 나라가 내게 기분 좋게 낯선 나라가 됐다”며 감격해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지 16년 만에 맛보는 일체감이었다.

남아공뿐 아니다. 이날 네덜란드를 1-0으로 꺾으며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짜릿함을 맛본 스페인도 온 나라가 “에스파뇰, 에스파뇰!”을 연호하며 들썩였다. 스페인은 카탈루냐, 바스크 등 독립 성향이 강한 지역의 자치권 확대 요구로 지역갈등이 뿌리 깊다. 네덜란드와의 결승전 하루 전인 10일(현지시각)에도 카탈루냐 지역의 중심도시 바르셀로나에선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밤엔 거리에 설치된 대형 화면 앞에 수만명이 모여 응원전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바르셀로나) 출신으로 나뉘었던 스페인 대표팀도 이번만큼은 갈등이 없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12일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을 통해 ‘(하나의) 국가’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국민뿐 아니라 파키스탄, 세네갈, 페루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까지도 스페인 국기를 몸에 두르고 하나가 되는 ‘동질성의 바다’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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