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경찰이 25일(현지시각) 가지지구 해변에서 순찰하던 중 남성 한 명과 대화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24일 밤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48시간 통행금지 조처를 내렸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인구 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격리 시설이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돼 감염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난 24일 난민촌에 사는 가족 4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하마스 당국은 이 가족들 중 일부가 동예루살렘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와 접촉한 뒤 격리 조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24일 밤부터 48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25일에는 식당, 카페, 슈퍼마켓은 물론 모스크도 문을 닫았다. 하마스는 26일 시파병원에서 확진자 2명이 더 나왔는데, 24일 확진을 받은 일가족 4명과 연결고리는 없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도 지역 사회 감염이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던 가자지구에서 지역 사회 감염이 나왔다.
가자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 시설 외에서 발견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하마스는 경계를 접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이집트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주민에 대해 21일 동안 격리시설에서 격리하는 조처를 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하마스 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며 가자지구와의 물자 및 인적 교류를 철저히 통제하는 데다가, 하마스의 강력한 방역 조처가 겹쳐서 가자지구 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지금까지 100여명, 사망자는 1명에 그쳤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역 사회 감염을 특히 공포로 느끼는 이유는 가자지구의 높은 인구 밀집도 때문이다. 한 번 감염이 퍼지면 겉잡을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가자지구 면적은 약 365km²로 한국의 세종시(465.23㎢)보다 작지만 인구는 세종시의 6배가량인 약 200만명이 살고 있다. 1㎦당 5000명 이상이 거주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물자 유입 통제로 의료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자지구 내 산소호흡기는 100여대에 불과하고 그나마 절반 이상은 사용 중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과의 분쟁과 물자 부족에 이어 코로나19 감염 공포에도 직면해 있다. 가자지구의 27살 주민은 <뉴욕 타임스>에 “전쟁이 일어나면 어디로 가면 안전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다르다. 바이러스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떻게 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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