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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아프간 침공 20년’이 남긴 숫자…사망자 17만명, 난민 500만명, 전비 1100조원

등록 2021-08-16 12:24수정 2021-08-16 15:36

탈레반이 15일 아프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이 15일 아프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20년 만에 탈레반의 복귀로 끝을 맺게 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군 역사상 최장기 해외전쟁으로 기록됐다.

전쟁은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에 대한 9·11테러 직후인 이해 10월7일 미군의 아프간 공습으로 시작됐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간에 숨어있다”며 그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군사력을 동원해 침략을 감행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전쟁은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해 무려 20년 가까이 지속했으나, 아무 성과 없이 미군의 일방적인 철수로 마감하게 됐다.

전쟁 기간은 미국이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군사 개입했다가 1973년 1월 파리 평화협정에 따라 8년여 만에 철군한 베트남 전쟁 개입이나 2003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지속한 이라크 전쟁보다 훨씬 길다.

영국의 <비비시>(BBC)가 미국 의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은 2001년 침공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1년 11만여명으로 정점에 이른다. 이후 병력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해 2015년 이후 1만여명 안팎에서 유지되다 지난해엔 4000여명이 남았다.

미군과 함께 참전한 영국과 독일 등 나토(NATO) 동맹국은 2014년 12월 전투부대를 모두 철수했지만, 1만3천여 병력이 남아 아프간 군경의 훈련을 담당했다.

<비비시>가 인용한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이 2001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8220억달러(약 957조원)에 이른다. 군비가 7780억 달러(약 906조원)였고, 인프라 건설 등 재건사업에 440억달러(약 51조원)가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 기지를 사용하면서 쓴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브라운 대학은 2019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미국이 아프간과 파키스탄 두 곳에서 사용한 비용을 9780억달러(약 1139조원)로 추정한 바 있다. 여기에 나토 동맹국으로 참전한 영국과 독일도 전쟁 기간 300억달러(약 34조원)와 190억달러(약 22조원)를 썼다.

<에이피>(AP) 통신을 보면,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동시 전쟁을 치르면서 부채로 조달한 전쟁비용이 2조달러(약 2천338조원)를 넘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중 아프간에 투입된 비용이 1조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인적 피해도 컸다. 전쟁으로 숨진 사람이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해 아프간에서만 17만여명에 이르고, 전선이 이어진 파키스탄에서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24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브라운 대학의 왓슨 연구소가 집계한 통계(아프간+파키스탄 포함)를 보면, 미군과 나토 동맹국 병력이 3500여명 숨졌다. 이 중 2300명 이상이 미군이고 영국군도 450여명이나 된다.

현지인의 피해는 더 엄청나다.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이 7만5900여명 희생됐고, 탈레반은 8만4100여명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인도 7만8300여명 숨졌다. 민간인 피해는 올해 1~3월 사이에 특히 급증했다. 유엔은 그 이유로 급조폭발물(IED·또는 사제폭발물)의 사용과 민간인을 겨냥한 작전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민간인 희생자 중에 여자와 어린이가 43%를 차지했다.

전쟁으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아프간 난민이 40만명에 달했으며, 2012년 이후 500만명이 집을 떠난 뒤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규모에서 시리아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3위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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