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웰링턴/AP 연합뉴스
매우 강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대책을 시행해온 뉴질랜드 정부가 결국 ‘코로나 제로’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뉴질랜드 정부가 감염자 속출에도 불구하고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강력한 방역 제한을 일부 풀기로 했다고 4일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델타 변이와 이번 유행은 ‘제로 감염’으로 돌아가는 것을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며 “장기간의 강력한 방역 조처가 발병을 제로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앞으로는 백신 접종률을 봐가며 코로나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방역 조처 일부 완화로 6일부터 오클랜드에서는 옥외 만남이 가능해지고 탁아시설과 해변이 문을 연다. 식당과 술집 등 가게 개장 일정은 차차 정하기로 했다. 아던 총리는 철저한 감염 경로 추적이나 감염자 격리는 계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애초 자신의 정책은 확진자 발생을 제로로 만든다기보다는 “강력한 근절”을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코로나 유행 초기 상황에서 단 1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완벽한 감염 차단을 추구해왔다.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 등 다른 서구 국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강력한 조처를 취했다. 방역 수위는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코로나 제로’ 정책은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직장, 학교, 운동경기장에서 하나씩 일상이 회복돼왔다.
하지만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탓에 8월부터 상황이 악화됐다. 오클랜드에서 거의 6개월 만에 감염자가 발생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재가동했다. 그런데도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하루 수십명씩 감염자가 늘면서 ‘코로나 제로’라는 목표는 달성이 어렵게 됐다. 4일에도 확진자 29명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영업 중단과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도 개최된 게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약 500만명인 뉴질랜드에서는 백신 접종 대상자의 48%가 접종을 완료했다. 아던 총리는 90%가 접종해야 앞으로 엄격한 방역 제한을 전반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현재까지 4408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7명이 사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