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시아인
비밀묘지에 묘비도 없어
미국·몽골 탐험대 발굴
“죽은자 모독” 국민은 걱정 800년 동안 감춰져 있던 칭기즈칸의 무덤이 발견될 것인가? 몽골 동부의 광활한 평원, 3㎞ 길이의 타원형 성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몽골제국을 세운 정복자 칭기즈칸의 무덤 발굴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 전했다. 미국과 몽골 합작 탐험대는 최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이 성벽 안에서 13세기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무덤을 발굴했다. 이들은 현재 꽁꽁 얼어 있는 이 지역이 녹으면 작업을 다시 시작해 이것들이 칭기즈칸의 진짜 무덤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탐사팀은 14년 동안 칭기즈칸 무덤을 추적해온 모리 크라비츠가 이끌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들이 발견해낸 이 무덤군이 칭기즈칸과 그 일족들이 묻힌 장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칭기즈칸의 ‘비밀무덤’은 몽골의 전통에 따라 조성됐다. 1227년 칭기즈칸이 숨진 뒤 그의 자손과 동료들은, 죽은자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믿음에 따라 주검을 비밀스럽게 묻었다. 기념비나 묘비도 세우지 않았다. 영원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당시 무덤을 만들었던 병사들을 살해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올해는 칭기즈칸이 부족들을 통합해 국가를 세운 지 800주년이 되는 해다. 몽골인들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몽골인들은 칭기즈칸이 아시아 동쪽 끝에서 유럽의 문턱에 이르는 광활한 제국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라며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많은 몽골인들은 탐험대가 칭기스칸의 무덤을 거의 찾아냈다는 소식에 환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무덤을 파내는 것은 죽은이에 대한 모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칭기즈칸의 무덤을 건드리면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며 걱정스러워한다.
몽골의 과거 공산주의 정권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민족주의에 기반한 반정부 세력을 결집시킬 것을 우려해 무덤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봉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방정책을 선택한 현 정부는 칭기즈칸의 무덤이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부터 관광사업을 구상중인 사업가들도 있다. 탐사팀은 칭기즈칸의 무덤을 파내지는 않고 무덤의 위치를 확인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미국·몽골 탐험대 발굴
“죽은자 모독” 국민은 걱정 800년 동안 감춰져 있던 칭기즈칸의 무덤이 발견될 것인가? 몽골 동부의 광활한 평원, 3㎞ 길이의 타원형 성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몽골제국을 세운 정복자 칭기즈칸의 무덤 발굴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 전했다. 미국과 몽골 합작 탐험대는 최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300㎞ 떨어진 이 성벽 안에서 13세기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무덤을 발굴했다. 이들은 현재 꽁꽁 얼어 있는 이 지역이 녹으면 작업을 다시 시작해 이것들이 칭기즈칸의 진짜 무덤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탐사팀은 14년 동안 칭기즈칸 무덤을 추적해온 모리 크라비츠가 이끌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이들이 발견해낸 이 무덤군이 칭기즈칸과 그 일족들이 묻힌 장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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