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만든 야구팀 ‘아티클 9’(왼쪽)와 유니폼 앞쪽에 새겨진 팀의 이름(가운데). 술을 마시며 가벼운 기분으로 헌법 9조에 대한 얘기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든 일본술 ‘9조’.
사진 네트워크 교토21, 피스보트 제공
일부 시민단체 ‘9조’ 지키기 운동 생활속 전개
헌법문제-일반인 사이 ‘거리 좁히기’ 호응 커
헌법문제-일반인 사이 ‘거리 좁히기’ 호응 커
‘평화국가 일본’의 마지막 보루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다. 최근 9조 개정에 가속도를 더하는 아베 신조 정권에 맞선 ‘9조 지킴이’들의 풀뿌리 운동이 한창이다. 딱딱한 헌법 조항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집회나 물리적 세과시보다는 일본술, 야구, 기모노 등 평범한 일상의 상징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일본술 9조’라는 술을 개발해 호헌운동을 펴고 있는 교토지역의 비영리법인 ‘네트워크 교토21’이 대표적 사례다. 2004년 지역 명문 사사키주조의 협력을 얻어 만든 브랜드 ‘일본술 9조’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단체 마루야마 사쿠 사무국장은 1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술잔을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일본 헌법, 그리고 헌법 9조의 멋진 내용을 가볍게 서로 얘기하자는 취지에서 일본술 9조를 만들게 됐다”며 “애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천~3천병 정도가 팔렸다”고 밝혔다.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전국적으로 전쟁을 체험한 나이든 사람들이 주로 주문을 한다. 개중에는 자식들에게 전달하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마루야마는 귀띔했다. 이 술을 사는 사람에게는 9조의 내용 등이 적힌 소책자가 덤으로 제공된다. 교토 시내 몇 군데 주점에서도 손님들의 요청으로 이 술이 팔리고 있다. 사사키양조의 사사키 가쓰야 사장은 이 단체 대표의 제안을 받고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선뜻 응했다고 한다. 그는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전쟁체험자로서 9조의 이상에 전폭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매개로 한 9조 지킴이들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피스보트의 야구팀은 이름을 ‘아티클 9’(9조)라고 지었다. 2005년 결성된 이 팀은 경기 전후 인사를 나눌 때 명함 대신 ‘9조 카드’를 건네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한다.
나카하라 다이니 피스보트 공동대표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야구팀을 만들게 됐다”며 “상대팀 선수들이 운동복에 적힌 팀명을 보고 반응을 보이면 우리들의 설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9조 카드를 건네며 설명해주면 거절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많은 일본인들이 헌법과 자기 생활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9조와 일반인들의 거리감을 줄이는 쪽으로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마현 기류시의 여성 9명은 지난해 여름부터 전통복장 기모노를 입고 호헌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모노도 헌법도 평소에 사용하자”는 구호를 내건 이들은 식기 디자이너, 기모노점 점원 등 20~50대 여성들로 구성돼 있다. 이 운동을 주도한 마쓰무라 사네즈미는 ‘9조 모임’의 회원이다. 노벨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등 일본 저명인사 9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2004년 6월 결성한 ‘9조 모임’은 올 1월 현재 전국에서 6020개가 생겨났다. 3년 만에 일본의 대표적 풀뿌리 운동단체로 성장한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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