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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돈으로 흥한 탁신, 돈으로 망하나

등록 2006-02-12 21:21

<b>“탁신 물러나라”</b> 11일 타이 방콕에서 시위대가 탁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FP 연합
“탁신 물러나라” 11일 타이 방콕에서 시위대가 탁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FP 연합
[아시아 아시아인]
아들딸 국부유출 논란에 탈세까지
가족 이익 위해 제도까지 바꿔
지지율 최저…대규모 시위 잇따라

재벌기업 회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2001년 타이 총리에 오른 탁신 치나왓은 개인 재산만 20억달러에 이르는 대부호로 정치와 경제 양쪽에서 성공한 보기드든 정치인이다. 특히 지난해 2월 총선에서 전체 500석 가운데 375석을 휩쓸며 재임에 성공해 타이 정치사에서 가장 강력한 총리로 꼽힌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4일에 이어 11일 방콕 로열스퀘어에서 또다시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려 탁신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번 시위가 한때 탁신 총리와 절친한 사이였던 미디어재벌 송티 개인이 주최한 것인 데 비해, 이번 집회는 교사, 노조활동가, 반세계화 운동가로 구성된 반탁신 연합전선 ‘민주주의연맹’이 이끈 것이어서 탁신 총리 퇴진운동이 점점 정치세력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티가 주도해 지난 8일 구성된 민주주의연맹은 ‘탁신 타도’와 ‘정치 개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탁신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일반 국민들의 눈길도 차갑게 식고 있다. 탁신 내각 각료들도 최근 2명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지난 3일 우란이완 타엔통 문화부 장관이 전격 사퇴한 데 이어, 4일 그의 남편인 소라앗 클리프라툼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이 사임했다.

문제의 발단은 탁신 총리 가족과 처남인 다마퐁 가족이 지난달 타이 최대 통신재벌 친 그룹의 지주회사 ‘친 코퍼레이션’의 지분 49.5%(18억7690만달러)를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구 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탁신 총리 일가는 30%에 달하는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채 엄청난 차익을 챙겼다. 탁신 총리가 통신주의 외국인 투자한도를 25%에서 50%로 상향조정한 것도 일가의 이익을 위한 사전조처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타이 증권거래위원회는 탁신 총리의 장남인 판통태와 두딸 중 장녀인 핀통타가 친 코퍼레이션의 주식 공시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탁신 총리는 경찰 간부로 재직하다 친 그룹을 창업해 이동전화, 컴퓨터, 케이블 시장 등을 석권하면서 억만장자가 된 뒤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부채탕감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통해 가정주부, 농민 등 저소득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지난 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이후 비판자에 대한 소송 남발, 투명하지 못한 민영화 계획,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으로 인심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탁신 총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임 중 자신이 이룬 경제 성과를 과시하며 불퇴전의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내가 총리가 됐을 때 타이는 460억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20억달러의 채권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탁신 정부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친탁신시위를 벌이는 등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온 탁신 총리 지지자 5천여명은 9일 정부 청사에 몰려가 탁신 총리에게 지지를 보냈다. 탁신 총리는 그들에게 “내가 받은 대중의 지지는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한 봉사의 결실”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주지사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로 경쟁하듯 탁신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지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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