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방호복을 입은 일본 나리타공항 관계자가 대기하고 있는 승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이 당국의 지시로 도착 공항에서 수백㎞ 떨어진 호텔에 격리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4일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유입을 막으려고 일본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격리용 숙소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엿새 동안의 ‘시설 격리’가 시작된 3일 나리타(成田)국제공항으로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 A씨는 연합뉴스에 체험을 공개하면서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A씨가 힘들었던 것은 일본 보건당국이 나리타공항에서 직선거리로 약 340㎞ 떨어진 아이치(愛知)현 도코나메(常滑)시에 있는 주부(中部)공항 인근 호텔을 격리 시설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후 약 10시간이 지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A씨는 나리타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입국 수속 등을 마친 후 당국이 마련한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주부공항으로 이동했다.
한국 출발 전날 ‘6일간 지정 시설에서 격리해야 하며 나리타공항 인근 숙소가 없으면 다른 공항 쪽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항공사로부터 안내받기는 했으나, 장시간 대기와 환승은 꽤 피곤한 일이었다고 A씨는 반응했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공항 셔틀 내부가 밀집된 상황이라서 불안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음식물은 제공됐다.
A씨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입국한 사람들이나 자신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해 더 오래 기다린 이들은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왜 이렇게 먼 곳까지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호텔에 자리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의구심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입국자의 격리 장소에 관해 4일 후생노동성에 질의하자 당국자는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반응했다.
A씨가 머무는 호텔 측은 ‘(우리 호텔이) 특정 국가에서 온 입국자 전용 대기 시설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격리용 숙소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토 시게유키(後藤茂之) 후생노동상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 시설 부족 우려 때문에 사흘 동안 시설에서 격리해야 하는 대상 국가에서 온 일부 입국자의 경우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한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확보한 격리 시설이 7천350실인데 2일 기준 30% 이상이 사용 중이며,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받아 객실 2천 개를 추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입 위험성을 평가해 국가·지역별로 시설 격리 기간 등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한국 등 12개국에서 일본으로 온 입국자는 전체 격리 14일 가운데 최초 6일을 검역소 지정 숙박시설에서 지내야 한다.
A씨는 사흘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하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9일 호텔에서 나갈 수 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당국이 마련한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간 뒤 도쿄에 있는 주거지로 이동해 나머지 기간을 자율 격리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