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가 8일 당선이 확정된 뒤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5년 간 홍콩의 행정을 총책임지게 되는 행정장관에 예상대로 존 리(65·리쟈차오) 전 정무부총리가 당선됐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행정장관 투표에서 단독 후보로 나선 존 리가 99%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리 당선자는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이 되는 7월1일 5년 임기의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경찰 출신 인사가 ‘경제도시’인 홍콩의 행정장관에 취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당선자는 투표 직후 당선 소감에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콩 시민들은 2019년 홍콩 범죄인을 중국에 넘길 수 있게 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 민주진영을 탄압하는데 앞장서온 리 당선자의 취임을 크게 우려해왔다. 송환법 시위에 깜짝 놀란 중국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도입해 홍콩의 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해 왔다. 홍콩 경찰에서 30여년 동안 잔뼈가 굵은 리 당선자는 중국 공산당의 의향을 받아 안아 중국에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던 <핑궈일보>를 폐간으로 몰아가는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일로 중국 공산당의 낙점을 받은 리 당선자는 전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재선을 포기하자, 지난 4월 차기 행정장관 단독 후보가 되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중국은 지난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향후 50년 동안 외교·국방을 제외한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고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른바 ‘일국양제’ 원칙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뒤엎었고, 2020년 홍콩보안법을 도입하는 등 일국양제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행정장관 선출법을 개정해 중국 공산당이 원하지 않는 후보의 출마를 사실상 봉쇄했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는 입법회(홍콩 국회) 의원과 산업계 대표 등 중국이 이른바 ‘애국자’라고 인정한 선거인단(정원 1500명)이 선출한다. 이날은 전체 선거인단 1463명 가운데 142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은 1416표(찬성률 99.1), 반대는 8표였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홍콩 야당인 사회민주연선 당원 3명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컨벤션센터로 행진을 시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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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