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오타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갈무리
캐나다가 한·미·일 3개국을 향해 네 나라가 이 지역의 권위주의 국가들인 북·중·러에 맞서기 위한 새 협력 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 제안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네 나라의 협력체인 ‘쿼드(Quad)’의 뒤를 잇는 ‘신 쿼드 구상’으로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교도통신>은 2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1월 방문했을 때 캐나다가 환태평양지역의 민주주의 진영의 연대를 강화하고, 권위주의적인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항하기 위한 한국·미국·일본·캐나다가 협력하는 틀을 창설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나온 대로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12일 캐나다를 방문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75분에 걸친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주요 7개국(G7)의 결속 유지 △북한의 전례 없이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협력 지속 △중국의 동중국해·남중국해에 대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반대 등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11월27일 중국을 “갈수록 질서를 어지럽히는 글로벌 파워”로 규정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이 문서에서 “우리와 심각하게 의견이 다른 부분에서 강압적인 행위를 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우리와 우리의 파트너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 경우 중국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비교적 원만하던 중국-캐나다 관계는 2018년 12월 캐나다 경찰이 미국의 요청으로 이란과의 불법거래 혐의를 받는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을 억류한 뒤 크게 악화된 바 있다.
통신은 이 제안에 대한 각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동맹국인 한·일·캐나다와 협력관계를 심화하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고, 한·일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16~17일 방일 이후 관계 개선의 기온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전부터 미·일·호·인 네 나라의 협력체인 쿼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왔지만,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선 중국을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는데 주요 협력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을 ‘도전’으로 파악하는 다른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인식을 밝힌 셈이다.
이 구상이 진전된다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캐나다가 제안한 이 협력 틀이 “일·미·한·캐나다가 모인 ‘신 쿼드 구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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