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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2. 달리는 코끼리, 떠오르는 용

등록 2006-03-30 19:44수정 2006-05-09 10:31

[인도의길인도의힘1부:아시아의 새 질서, 왜 인도인가]
국경분쟁·티베트·대만문제 ‘가시’
중, 미국 봉쇄 대응해 화해 손짓
두 나라 공조확대 전세계가 주시
‘적과의 동행’ 중국-인도 협력 아직 걸음마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는 ‘중국-인도 우호의 해’ 경축 행사가 열렸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경축사에서 “세계 인구의 5분의 2에 이르는 두 나라가 손잡고 협력해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안정·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네 작은 호랑이’(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의 약진에 이은 중국·인도의 부상에 대해선, 많은 학자들이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친디아’(중국과 인도의 합성어)의 협력은 아직 구호일 뿐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히말라야보다 더 험난한 고지가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랜 역사, 낯선 이웃= 중국과 인도는 기원전 2세기부터 지금까지 2천년 이상 교류한 역사를 지녔으나, 두 나라 국민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편은 베이징~뉴델리, 상하이~뉴델리 등 1주일에 왕복 2편 뿐이다. 두 나라 사이 방문객 수도 연간 30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300만명이 넘은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한 것에 견줘보면, 합쳐서 24억에 이르는 두 인구대국의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호 방문한 두 나라 학자도 각각 25명씩 50명에 지나지 않았다. ‘용’과 ‘코끼리’가 ‘비스킷’으로 식사하는 풍경이다.


외부의 소란한 관측과 달리 두 나라의 실제 접근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처음 인도를 방문한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한 학자는 “뉴델리를 밟았을 때 두렵고 낯설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한때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했던 인도에는 지금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서가 적지 않다.

20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는 두 나라는 동·중·서부에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12만5000㎢의 분쟁지역을 남겨두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고향이 포함된 이들 분쟁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1988년 두 나라는 “국경분쟁 해결 전 ‘실제 통제선’ 내부의 평화·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할 것”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그 이후 차관급 국경분쟁회담을 14차례 열고, 2000년 ‘안보대화’와 2005년 ‘전략대화’라는 창구를 만들어냈지만 국경문제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중국 쪽은 세 지역의 ‘일괄 해결 방안’을 내놓았지만, 인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인도 내에서는 “국력을 더 기른 뒤 해결하자”는 생각이 중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톱 밑 가시, 티베트·대만 문제= 두 나라가 서먹서먹한 또 다른 이유는 서로 가장 예민한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도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과 ‘형제의 정’을 나눠왔다. 반면 1950년대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자, 인도는 티베트 망명객들에 정치적 보호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중·인 국경지대의 긴장이 높아져 결국 1962년 중·인전쟁으로 불이 붙었다.


란젠쉐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연구원은 “2003년과 2005년 인도는 중국과 공동성명에서 두 차례나 ‘티베트인들이 인도 영토 안에서 반중국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한 ‘티베트 카드’를 결코 버릴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대중국 강경론자들은 “‘달라이 라마 카드’를 포기하는 것은 3개 사단 병력의 손실과 맞먹는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가 대만과 경제·문화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점도 대륙의 신경을 끊임없이 건드린다. 대만은 현재 인도에 경제·문화대표처를 두고 있지만, “실제론 경제·문화 교류에 그치지 않고 정치·군사문제도 인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중국쪽은 보고 있다.


미국과 중·인 삼각관계의 전망= 란젠쉐 연구원은 “1990년대 냉전체제가 붕괴한 뒤 미국은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말한다. 중국의 견제를 위해 인도와 손잡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분석가들은 최근 미국이 부쩍 인도와 가까워지려는 의도를 “인도 지도부가 충분히 꿰뚫고 있다”고 본다. 인도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면서 다른 한편 중국을 견제하고 추월한다는 자신들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은퇴한 인도 학자 탄중은 최근 발표한 <중·인 관계의 회고와 전망>에서 미국 내의 ‘중국 위협론’ 또한 인도의 ‘매파’들이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학경력을 가진 뉴델리 정책계획센터의 브라마 찰라니 연구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워싱턴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미국 언론에 투고해 끊임없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의 시각이 “서방에 치우쳤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인도의 매파들은 중국이 ‘중국 위협론’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인도 위협론’은 없지 않느냐”는 게 이들의 반박이다. 최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아니라 ‘자유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중국을 자극했다. 인도가 중국에 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결국 중국은 인도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4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인도를 방문해 싱 총리와 함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돌아왔다.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인도~대만~일본 등 적대 국가들로 둘러싸이는 최악의 사태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체제 면에서 서방 민주주의 국가와 친화력이 더 강한 인도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중국의 인도전문가 장쓰치 인터뷰

“인도-IT, 중국-제조업 다른 경쟁력이 교류 촉진”

중국의 인도 전문가인 장쓰치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아시아·아프리카연구소 부연구원은 29일 “(중국과 인도 사이의)교류가 활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나라가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두 나라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

=지난해 두 나라의 무역총액은 181억달러에 이르렀다. 2008년 200억달러 달성이 목표이나, 내년에 앞당겨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 경제의 장·단점은?

=중국은 외자 도입과 수출에 비교적 의존해왔다. 반면 인도는 내수에 기대어 발전해 민족기업이 비교적 강하다. 이는 인도의 장점이다. 지난해 인도 또한 ‘경제특구법’을 만들어 중국의 모델을 끌어들였다. 두 나라가 서로 배우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는 100년 전통을 가진 금융산업과 정보기술산업, 서비스산업에 강점이 있다. 중국은 제조업이 강세이다.

-두 나라는 서로의 어떤 점을 배우려 하고 있는가?

=중국은 인도의 발전한 소프트웨어산업에 관심이 많다. 중국의 통신기업인 화웨이는 1999년 인도에 소프트웨어 개발부를 설립한 뒤 2001년 정식으로 연구개발센터를 열었다. 여기에는 1000명의 연구원이 고용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미국에 이어 인도가 2위이다. 인도는 항만,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크게 부족하다. 중국은 이 분야에 경험을 가지고 있고, 가격경쟁력도 있다. 인도는 이 분야에 중국의 협력을 얻길 기대한다. 현재 150여개의 인도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 컴퓨터 부품 생산, 보석 가공 등이다.

-인도와의 경쟁과 충돌도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 인도는 경쟁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석유 수송로 확보를 둘러싸고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개발을 추진중이다. 인도는 북서 아프리카 지역과 손잡고 있다. 인도양에서 대립이 강화되는 게 아닌가?

=인도는 아프리카와 전통적으로 유대가 강해, ‘인도 교민’이 많다. 교민 2세 가운데 아프리카의 정치 지도자로 성장한 이들도 있다. 석유 수송로 안전 문제는 각국이 모두 중시하는 문제다. 해적 활동과 테러분자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 각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중·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아시아의 ‘문화’ 없이 경제발전만으론 ‘아시아의 세기’가 올 수는 없다고 본다. 인도는 서방 정치제도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서방의 ‘물질주의’에는 반대한다.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매우 간소하고 정신의 깊이를 중시한다. 이런 점은 중국과 융합할 수 있다. 두 나라 문화가 새로운 대안적 가치를 제시할 때 두 나라가 아시아의 세기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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